<톡톡뛰는 재테크法>
주식·코인·이색 재테크 '풍덩'
투자 광풍 '경고' 부작용 주의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벙어리 저금통이 아이고 무거워."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는 동요를 배우며 성장한 MZ세대들의 경제관이 달라지고 있다. `아껴 쓰며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를 노래하던 MZ세대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초저금리 시대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저축이란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비관적인 신념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 젊은 층들은 `벼락 거지`가 된 자신들을 자조하며 재테크에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자산증식에 대한 욕망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한탕 노린다`…주식·코인 `광풍`= MZ세대는 투자를 유일한 계층 이동 사다리로 받아들이고 `한탕`을 노리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특히 월급으로 투자가 가능한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큰손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4대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올해 1분기 실명계좌를 연동한 신규 가입자는 총 249만 5289명이고 이 중 20·30대가 각각 81만 6039명(32.7%)와 76만 8775명(30.8%)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그야말로 MZ세대가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입에만 그치지 않은 거래규모도 주목할 점이다. 같은 기간 가입자 예치금은 30대가 1919억 원을 기록하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기대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자산의 증식 없이는 노후 대비를 할 수 없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생존과 직결됐다는 의미로, 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몰입하는 이유다.

대전 서구 탄방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29) 씨는 "본인의 투자 성향(원금 보존 여부 등)을 파악해 분산 펀드 투자를 하고 남은 돈은 주식에 투자한다"며 "달마다 발송되는 실질 투자수익률 보고서를 보는 것이 월말 루틴이 될 정도로 투자가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취미`로 돈 번다…이색 재테크 `눈길`= 트렌드를 좇는 MZ세대에게 요즘 각광 받고 있는 재테크는 바로 `리셀(resell)`이다. 리셀은 명품이나 한정판 아이템을 재판매해 수익을 보는 구조로 이뤄진다.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가격이 내려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높아진다는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오히려 주식과 코인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시관에서 눈으로만 즐기던 예술 작품도 재테크의 수단이 된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이 발표한 `2021 아트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100만 달러(11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96명 중 56%가 20-30대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아트테크가 매력적인 투자 종목이 된 이유는 부동산이 취득세와 보유세 부담이 있는 반면, 예술 작품 거래 시에는 양도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가치`와 `소유`를 향유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만족감도 크게 다가온다.

매년 어김없이 진행되는 스타벅스코리아의 e-프리퀀시 이벤트도 `스테크(스타벅스+제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MZ세대들은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제공되는 굿즈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난해 증정된 핑크 서머 레디백은 아직도 2-3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는 등 높은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지난달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아이스박스 `서머데이쿨러`와 휴대용 랜턴 `서머나이트싱잉랜턴`을 제공했는데 서머데이쿨러로 최대 150%의 수익을 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모(26) 씨는 "프리퀀시 이벤트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고객이 20-30대"라며 "스타벅스 굿즈의 수요가 워낙 많아 리셀러뿐만 아니라 젊은 층 사이에서도 `되팔 수 있으니 일단 사고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슬기로운 재테크 생활` 필요= 거품 경고에도 불구하고 MZ세대의 끝 모를 `빚투`에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은행이 20·30대에 빌려준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총 259조 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4조 7000억 원(20대 10조 9000억 원·30대 33조 8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40대 가계대출 증가분(22조 8000억 원)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50대는 10조 9000억 원, 60대 이상은 9조 7000억 원 늘었다.

김한정 의원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MZ세대가 소위 빚투, 영끌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어 걱정된다"며 "금융감독당국은 이들의 부채 관리 및 부실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 또한 지난 6일 취임식을 통해 "아직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이 절실하면서도 과도한 민간부문 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금융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소위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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