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공포에 떨게한 전염병>
코로나19 이전 홍콩 독감·신종 플루 해당
사망자 최대 수천만명, 인류 전반에 위협
'엔데믹' 예측 속 '위드 코로나' 의견 제시

지난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인류 공통`이란 의미의 그리스어 `판데모스`에서 유래한 팬데믹은 대륙 간 전염병이 확산될 경우 쓰인다. 2019년 11월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한 뒤 약 4개월 만이었다. 팬데믹 선언 당시 이미 100여 개국에서 1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4000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1년 9개월이 지난 이달 18일 기준 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억 명, 4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도 22만 명이 확진됐고, 이 가운데 2000여 명이 숨을 거뒀다. 코로나19는 WHO가 선언한 세 번째 팬데믹이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며 인류 전반을 위협했던 팬데믹 사례와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의 역사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최초 선언 `홍콩 독감`= 1968년 홍콩은 아비규환이었다. A형의 H3N2 아형 인플루엔자인 일명 `홍콩 독감`에 의해 당시 홍콩 전체 인구의 15%인 50만 명이 감염됐었기 때문이다. 그해 3월 17일 홍콩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유럽 일대로 퍼졌으며,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사율은 1% 미만으로 낮은 편이지만, 매우 높은 감염률을 보이며 이듬해인 1969년까지 1억 명 이상이 홍콩 독감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홍콩 독감 첫 확진자가 나온 3개월 뒤 홍콩은 감염자가 속출하며 공공서비스와 산업이 멈추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홍콩 독감은 베트남과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를 비롯해 인도와 호주, 유럽, 일본, 남미까지 퍼져 나갔다. 또한 베트남 전쟁 막바지였던 시기였기에 베트남에서 돌아온 파병 미군들을 통해 미국에서도 감염자가 300만 명, 사망자 3만 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10만 명 이상이 홍콩 독감에 걸렸던 것으로 추산됐다. 1948년 WHO가 설립된 뒤 최초의 팬데믹 선언이었다. 홍콩 독감은 대유행이 끝난 40년 뒤인 2009년 7월 변종이 발견됐고 2015년 초에도 또다시 발병하기도 했다.

◇41년 뒤 다시 찾아온 인류 위협=WHO는 2009년 6월 11일 두 번째 팬데믹을 선언했다. 3개월 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최초 발생한 `H1N1 인플루엔자 A(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에 의해서였다. 멕시코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고 빠른 속도로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확산됐다.

팬데믹 선언 당시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3만 명 이상에게서 발병돼 200명 가까이 숨을 거뒀다. 이듬해인 2010년 8월 대유행이 종료될 때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여 개국에서 670만 명 이상이 감염돼 1만 8000여 명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러한 집계와 달리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10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 연구 보고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약 75만 명이 감염돼 27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플루는 고열, 근육통, 두통, 오한 등 계절성 독감 증세가 유사하지만, 일반 감기약으로 치료가 어려웠다. 그러나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통해 비교적 빠른 종식이 이뤄질 수 있었다. 현재는 위력이 떨어지면서 일반적인 독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맹위를 떨쳤던 전염병들=스페인독감은 1918년에서 1920년까지 최소 약 25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최초 독감 환자가 등장했으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후 참전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미국 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5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영국에서도 약 15만 명이 사망하면서 2년 간 전 세계에서 최대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14만여 명 이상이 스페인독감에 의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차대전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에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이후 현재까지 스페인독감으로 불리고 있다.

이밖에 위력을 떨친 전염병은 후천적면역결핍증후군(AIDS)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에볼라·지카 바이러스, 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MERS) 등이 있다.

AIDS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의해 발생하는 증후군을 통칭한다. 1960년 콩고 분지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유행했으며, 지금까지 희생자 수는 30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치명률이 높았던 AIDS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면서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병 축에 속하게 됐다.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SARS는 대기를 통해 전파되는 특성 탓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까지 약 800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770여 명이 사망하면서 치명률 10.9%를 기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4000여 명의 사망자를 내며 50% 육박하는 치명률을 보였다. 2015년 브라질에서 맹위를 떨친 지카 바이러스는 감염된 임산부에게서 소두증 태아가 태어나는 등 기형아와 관련된 공포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MERS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호흡기증후군으로 2015년 중동지역과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했다. 감염시 치명률이 30-40%에 달하는 매우 위험한 전염병에 속하지만 전염성이 크지 않아 팬데믹까지 진행되진 않았다.

◇`위드 코로나`=코로나19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로 꼽힌다. 매일 추가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며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하면서 종식을 전망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지는 `엔데믹`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치명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위드(with) 코로나` 제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전 국민 70%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 완료되는 추석을 전후로 방역 체계의 변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이다. 치명률이 독감보다 여전히 2배가량 높아 독감처럼 관리하기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백신 접종을 신속히 추진하면서 현재 4차 유행을 꺾기 위한 방역 대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진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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