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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칼럼] 줄 세우기용 대학 역량진단

2021-09-02 기사
편집 2021-09-01 18:50:55
 곽상훈 기자
 kshoon0663@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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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구조조정 정책설계 잘못
평가 과정 공정성 결여 불만
대학 등록금 동결 깨질 수도

첨부사진1곽상훈 에듀캣·지방팀장
대학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사실상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는 3차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나오면서다. 결과에 따라 대학들의 희비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른바 정부 재정지원 대상이 되느냐 여부에 따라 대학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들의 반발이 심해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인구 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적정 규모화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구조조정 평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어져 왔다. 이때도 진단 평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설립 목적과 상황이 다른 전국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 돈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정부의 자의적 기준에 맞지 않은 대학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정책 설계가 잘못됐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이번 3차 진단 평가도 예외는 아니다. 재정지원 사업을 비롯해 국가장학금, 학자금 제한 등을 매개로 평가가 진행됐다. 대학이 수익을 내는 집단이 아닌 재정을 쏟아부어야 하는 입장에선 어떻게든 재정지원 대상 대학으로 선정되는 게 급선무다. 대학들이 진단 평가에 목을 매는 이유다. 당연히 등록금 충원보단 정부 재정지원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3년간 일반대학은 매년 48억 3000만 원, 전문대는 37억 5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무기로 대학을 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 대학에선 진단 평가를 앞두고 대학발전계획이나 수업관리 같은 주요 정성지표에 대비하기 위해 전직 교육부 출신 인사에게 고액의 컨설팅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재정지원 대상 탈락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히는 정책 구조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가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평가에선 대학이 진단 지표별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해 평가위원이 평가하는 방식의 정성평가가 도입됐지만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한 사람의 평가가 학생, 교직원, 교수 등이 몸담은 대학의 전반적 시스템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진단이냐는 것이다.

여기에 권역 당 미선정 대학 숫자를 정한 후 이에 맞게 선정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진정한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미선정이 결정이 이뤄진 게 아니라 탈락을 위한 탈락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 미선정 비율도 최소 10%에서 최대 32%까지 편차가 발생, 충청권 등 일부 권역의 대학이 선정되지 못한 곳도 많다. 대학 존립은 물론 주변 지역의 경제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해 지방 소멸과 공동화를 가속화할 거란 비난이 나온다.

미선정 대학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에 우호적인 교육 관련 단체까지 이번 평가가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쏟아내 대학들의 후폭풍도 예견된다. 특히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는 대학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대한 우려와 함께 등록금 책정 자율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13년 동안 반값 등록금을 명분으로 대학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대학 스스로가 이를 깰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문대학교교육협의회도 대학 간 과도한 경쟁 유발과 대학 스스로의 자구노력을 훼손했다면서 재정지원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서 관심이다.

서열화된 평가와 결과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소규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미선정은 그런 의미에서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조조정이란 미명 하에 단행된 역량진단이 대학의 살생부와 줄 세우기용이란 소릴 듣지 않으려면 지역실정을 고려한 구제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곽상훈 에듀캣·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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