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력한 대출 억제 은행권 문턱 높이기 확산
집값 잡으려는 금융 정책 서민 거센 역풍에 직면
부동산 규제·대출조이기 서민에겐 숨통 열어줘야
최근 주택 시장에서 무주택 서민의 우려를 가장 키우는 부분은 은행 대출이다. 매매나 전세, 월세 등 주택 거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출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 지난달 23일 NH농협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판매 중단을 신호탄으로 주요 시중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나아가 전세자금대출, 아파트 집단대출 등도 모두 중단됐다. 담보 없이 가능했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경우는 한도를 대폭 축소한 상태다. 이러는 사이 한국은행은 연 0.5%이던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년 3개월 만의 인상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올리고 있다. 약간의 시차가 있겠지만 대출금리 상승도 시간문제라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대출 판매 제한과 금리 인상 등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으로 인해 돈 빌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결국 무주택 서민들은 높아진 매매가와 전세가를 은행 대출 없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배경은 사상 유례 없이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함으로 읽힌다. kb부동산 리브온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4년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8.7%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44.5%, 대전은 40.6% 뛰어 올랐고, 세종의 경우 58.3%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대전은 2억 2509만원에서 3억 9722만원으로 76.4%(1억 7213만원) 상승했고, 세종은 2억 8161만원에서 5억 7223만원으로 103.2%(2억 9062만원) 올랐다. 수도권과 전국 평균도 각각 75%, 59.4% 올라섰다. 그렇다고 대출 규제가 집값 안정의 마중물이 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과 대전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 대부분에서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유주택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어 가격 그래프의 우상향 질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는 사이 무주택 서민만이 고강도 대출 규제의 역풍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도 치솟고 있는 요즘이다. 여기에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며 내 집 마련이나 계약 기간 도래에 따른 전셋집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뻔한 월급에 자녀 교육비, 치솟는 물가, 주택가격 상승…. 여기에 은행 문턱마저 높아지며 무주택 서민의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렇다 보니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부담이 조금은 덜한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아이는 전학을 가야 하고 부모는 직장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벼락 거지, 영끌, 빚투…. 그간 무수히 쏟아낸 부동산 정책 속에 탄생한 신조어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은 요동쳤고 신조어들은 따라붙었다. 반대로 무주택 서민들은 상실감만 커졌다. 집값이 종종 보합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서민이 가동할 수 있는 `희망회로`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집 없는 서민만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 고민 끝에 부동산과 금융정책이 자리해야 한다. 더는 무주택 서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맹태훈 취재2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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