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은 덫이다. 한번 걸리면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당장은 거짓이 진실을 덮치는 순간도 맞딱뜨리기 일쑤다. 정해진 시간 안에 승부를 내야 하는 후보들이 어떻게든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더 강도가 센 역프레임으로 맞서는 이유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고발 사주` 논란이 딱 그렇다. "사실관계부터 파악하겠다"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갑자기 고발 사주 의혹을 `국정원발(發) 정치 공작`,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하고 해임까지 촉구하는 등 돌변했다. 민주당이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한다는 판단에 따른 태세 전환으로 보인다. 그러자 민주당은 다시 `윤석열 후보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꺼내들며 `국기문란`으로 규정, 반격에 나섰다.벌써 2주간 파장 확산이 이어지면서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높아진다.프레임은 불확실성이 선거판을 요동치게 할 때 더 극성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4위를 한 정세균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대선판세 자체에 변수가 더 커졌다. 이합집산에 따라 여도 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추석이 끝난 뒤 열리는 차기 경선지인 호남은 전국 71만여 명의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중 28.28%가 밀집한 최대 승부처다. 호남 출신의 이낙연 후보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며, 민주당 입장에선 고발 사주 의혹 논란을 확대해 국민의힘을 압도하려할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이 사건 프레임은, 윤 전 총장이 손 전 정책관에게 지시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전폭적인 신뢰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논리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추 전 장관이 임명한 사람이라고 반박한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2월 단행된 인사에서 윤 전 총장이 김유철 수사정보담당관의 유임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손 전 정책관을 임명했다고 한다.
프레임은 덫이기에 매력적이다. 정해진 시간 속 경쟁 상황에서 판세를 급 반전시킬 수 있고, 앞서가는 선두주자를 레이스 밖으로 밀쳐버릴 수도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프레임의 매력에 빠져 어느 순간 스스로 대권 야욕 프레임에 갇혔다면, 이 역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의 덫이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