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중 기술창업 성과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30여 년간 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해 기술창업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0년 `창업 및 출자 관리규정`을 제정해 창업 활동을 장려해왔고, 1998년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창업보육공간·시험인프라 등을 제공해왔다. 2010년에는 출연연 최초로 기술지주회사인 에트리홀딩스㈜를 설립하면서 현재와 같은 기술창업 지원 기틀을 마련했다.

2011년부터는 ETRI 연구자를 대상으로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예비창업지원제도`를 도입, 현재까지 ㈜가치소프트, ㈜호전에이블, ㈜엑소시스템즈, ㈜루센트블록 등 67개사의 법인 설립을 도왔다. 지난해 말 활동기업 53개 기준, 연 매출 256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제도에 선발된 예비창업자는 창업 주관 부서에 근무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밟게 된다. 이후 창업 승인을 받으면 기술이전부터 법인 설립까지 필요한 지원은 물론, 최대 6년(3+3)까지 휴직할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다. 창업 아이템이 실패할 경우, ETRI에 복귀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트리홀딩스㈜가 출자해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연구소기업제도`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06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74개 연구소기업이 설립, 현재 56개사가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연구소기업으로는 코스닥 상장을 이룬 ㈜수젠텍, ㈜신테카바이오, ㈜진시스템 등이 있다. 우리나라 연구소기업의 코스닥 상장 사례는 총 4건인데, 이 중 ETRI가 75%(3건)를 차지한다. 해당 3곳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152억 원의 출자수익을 거두는 등 공공 부문 창업의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 연구소기업(28호)으로 설립된 수젠텍은 2019년 5월 코스닥에 상장된 후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해 주가를 올렸다. 2014년 연구소기업(58호)으로 설립된 신테카바이오는 슈퍼컴퓨팅 기반 유전체 분석기술을, 진시스템은 유전자 증폭용 칩 기술을 출자 받고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TRI의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반 기술을 접목해 대형·융합성과 창출을 도모하는 `기획 창업`,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시장 수요-비즈니스모델 수립-창업까지 전주기를 고려하는 `창업일체형 R&D사업`도 추진 중이다. `E-케어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큰 창업·연구소기업을 선정하고, 기존 프로그램을 연계·집중하는 등 사후 지원까지 맡는다.

특히 출연연 최초로 지난해부터 `창업목표형 연구직`을 채용하는 등 기술창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명, 올해는 5명을 뽑아 비즈니스 모델 수립·고도화, 시제품제작, 기업가정신 교육 등까지 창업 전반에 대한 집중 지원을 수행 중이다.

박종흥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장은 "ETRI는 지난 30여 년간 끊임없는 지원과 시행착오,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순히 창업기업 배출에 그치지 않고 기술창업 생태계를 선도해왔다"며 "앞으로도 전략적으로 사업파트너를 선정하고, 성장 지원을 위한 전문성을 강화해 유니콘 기업이 탄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준 ETRI 원장은 "향후 3년 내 기업가치 1조 원 유니콘 기업을 나오게 할 예정"이라며 "창업휴직제도 등 관련 규정을 간소화해 적극적인 기술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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