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취재2팀 차장
문승현 취재2팀 차장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가을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옵니다. 불현듯 당신께 편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순전히 이 노래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이사를 했습니다. 거실 겸 침실(큰방)과 작은 침실(옷방), 화장실뿐인 작은 집에서 큰방과 작은 방으로 구분되고 거실이 드넓게 느껴지는 집으로. 쓸데없이 넓은 베란다에 장판을 깔고 장난감을 넣어주니 네 살 아이가 "여기 좋아" 합니다.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가장으로서 여태껏 변변한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해 임대아파트를 떠도는 비애도 파도처럼 몰려옵니다. 그렇습니다. 공간의 크기만 조금 달라졌을 뿐 임대주택에서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한 겁니다. 2-3년 전 숱하게 고민해보았습니다. 은행 빚을 내 동네 작은 아파트라도 들어갈까. 다들 은행에 저당 잡혀 산다고 하는데 대출 받는 게 무서워 그만 접었습니다. 후회합니다. 그때 집을 샀더라면 지금은 오른 집값에 한 단계 평수를 올려볼까 단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친애하고 존경하는 당신께 이렇게 구차한 얘기를 구구절절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최근 심경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겁니다. 월급쟁이 월급봉투는 빤하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살림 보태고 나면 매달 마이너스 나는 판에 `평균` 4억 원 가는 아파트를 어찌 장만할까 싶어서입니다. 무주택 십 수 년에도 청약 당첨의 길은 멀고 행운이 주어진다 한들 그 가격의 무게를 나누어 지는 것조차 버거워 그렇습니다. 스스로 한심하다가,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에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스포트라이트 아래 짐짓 결연한 표정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 운운하는 고위관료의 고고한 언어에 결국 포기에 이르러 갑니다. 가을노래에 가을편지를 내긴 했는데 여름장마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같아 저어됩니다. 곧 권좌에서 내려오게 될 당신이든, 콧대 높은 정부 정책당국의 당신이든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이 편지 받아주길 바라봅니다. 문승현 취재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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