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방치' 대덕공동관리아파트
1979년 해외 과학자 유치 후 2012년 퇴거 조치
7개 출연연 공동 소유…의견차로 9년간 표류
'노른자 땅' 인근 주민들 아파트 재건축 요구도

1979년 해외 과학자 유치를 위해 유성구 도룡동에 준공된 `출연연 공동관리아파트`가 2012년 거주자 전원 퇴거 조치 후 현재까지 활용법을 찾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낡고 노후한 공동관리아파트 모습. 윤종운 기자
1979년 해외 과학자 유치를 위해 유성구 도룡동에 준공된 `출연연 공동관리아파트`가 2012년 거주자 전원 퇴거 조치 후 현재까지 활용법을 찾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낡고 노후한 공동관리아파트 모습. 윤종운 기자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상징인 `대덕연구단지 공동관리아파트`가 10년 가까이 방치 끝에 활용법을 찾아가고 있다. 대덕공동관리아파트는 1979년 해외 유치 과학자의 보금자리로 준공돼 대덕연구단지 형성에 기반이 됐지만, 점차 시설이 낙후되면서 2012년 퇴거 조치 후 계속 방치돼왔다. 앞서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었지만, 공동 소유자인 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간 이견 탓에 장기간 난항이 거듭됐고, 결국 흉물로 전락한 채 주민들의 기피 공간이 돼 버렸다. 대덕공동관리아파트는 대덕연구단지 중심부에 위치해 입지가 우수한데다,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 해외과학자 유치에도 한 몫 해 역사성까지 지닌다. 이곳을 대덕특구의 랜드마크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이유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이같은 숙원을 풀기 위해 현재 부지개발 관련 타당성 조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장기간 공전을 거듭해 온 아파트 활용법을 두고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사공 많아 우여곡절=대덕공동관리아파트는 1979년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면적 2만 6000㎡(7953평), 174세대 규모로 준공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원(66세대)이 26%로 가장 많은 토지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35세대) 24%, 한국화학연구원(25세대) 17%, 한국기계연구원(21세대) 14%,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13세대) 10% 순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7세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7세대)은 각각 4.8%, 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덕특구 내 7개 출연연이 공동 소유한 탓에 관계 기관은 물론 상위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답보 상태에 놓여왔다.

앞서 건물 노후화로 인해 2011년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매각이 추진됐지만, 출연연과 시행사가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사업이 중도 파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2년 퇴거 조치에 따라 입주자들이 모두 떠나면서 그 후부터는 도심 흉물로 방치되는 수모를 받았다.

한때 아파트 일부 건물을 국제회의장과 게스트하우스, 대덕과학홍보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나왔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과학계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관련 용역도 여섯 차례나 진행됐지만 사실상 한 발짝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언제까지 용역만 할 거냐`는 비판을 쏟아냈고, 용역에 따른 예산 낭비 문제가 국정감사 등에서 빈번히 지적되기도 했다. 공동관리아파트를 대덕특구의 랜드마크로 건립하기 위한 사업안만 빈번히 발표된 채 결국 희망고문만 이어져 온 셈이다.

다행히 2019년 5개 출연연 공동 소유권을 연구회로 일원화하는 안이 정기이사회에서 승인됐고, 현재 NST가 지난해 진행했던 `출연연 공동관리아파트 부지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 기본구상 수립연구`를 토대로 올해 2월부터 타당성 분석 및 전문가 자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8월에는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직원들과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마쳤다. 설문에는 과학기술인 1042명, 일반 시민 200명이 참여했다. NST는 설문조사와 자문회의 등에서 나온 의견을 용역에 반영하는 한편 연말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예타 신청까지 난항 여전=지난해 진행된 선행연구에서는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개발 요소로 △창업지원 △기술사업화 △과학기술 대중화 교육 △과학기술인 세미나 및 박람회장 △국책연구기관 연구성과물 전시관 △국내외 과학기술인 게스트 하우스 등이 언급됐다. NST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활용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 대한 밑그림 완성 시기가 다가오면서 유관 기관은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덕특구 재창조` 사업과 기능이 중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뤄진 연구 방향대로 공동관리아파트가 창업 지원이나 기술사업화 등의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이는 대전시가 추진 중이거나 이미 설립한 창업 지원 시설과 기능이 중복될 수 있어서다.

대덕특구 내에는 이미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와 대전테크노파크(본관동) 어울림플라자, 스타트업파크, 팁스타운 등이 운영 중이고, 여기에 대덕특구 재창조 사업 일환으로 `융합연구혁신센터`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내 `마중물플라자`까지 사업이 예정돼 있다. 해당 시설들은 각각 기술창업 전진기지를 목표로 운영 중이거나 대덕특구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연구, 과학기술계 협력·소통 기능을 이미 담당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큰 공동관리아파트 개발 사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될 경우 기존 시설이 잠식당할 우려가 커 최종 사업계획 확정까지 유관기관 간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타 신청 전 7개 출연연 모두 동의해야 하는 만큼, 추가적으로 제동이 걸릴 여지도 남아있다. 보상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근 주민들의 `아파트 재건축` 요구도 거듭되면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도 예상된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를 포함해 인근 아파트 부지까지 함께 재건축에 들어간다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공동관리아파트가 장기간 흉물로 방치된 탓에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인근 아파트도 1989년에 건축돼 30여 년이 지난 만큼 재건축이 필요하고, 단독으로 재건축하기 보다는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를 함께 묶어 개발하길 원하는 상황이라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의견은=과학자 커뮤니티 `대덕몽`과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모색하는 사람들)` 간사를 맡고 있는 이순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곳이나 마찬가지"라며 "진짜 주인의식이 있었으면 오랜 기간 폐허상태로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영역에서 (활용법을) 절대 살릴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대전의 상징성을 매력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민간회사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랜드마크를 짓기 위해서는 민간에게 확실히 기회를 주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그렇지 않다면 돈만들여 건물만 짓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의 아파트 재건축 요구와 관련해서는 "만일 공동관리아파트가 매력적인 장소로 재탄생한다면, 인근 부동산 가격은 자동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공공영역을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신용현 전 국회의원(전 표준연 원장)은 "대덕의 세계화를 위해 공간 일부를 외국인 숙소로 이용하거나 과학기술인들의 교류 공간, 은퇴과학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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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부지 면적 2만 6000여 ㎡로 준공된 공동관리아파트. 9년간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다. 사진=윤종운 기자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부지 면적 2만 6000여 ㎡로 준공된 공동관리아파트. 9년간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다. 사진=윤종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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