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팀 이태민 기자
취재1팀 이태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학교폭력에 가담해 퇴학당한 학생 선수의 최대 징계 수위를 `영구제명`에서 `10년간 선수 등록 정지`로 완화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최대 징계 수위에 해당하는 가해 내용은 강간·유사강간 등 성폭력이다. 단순 폭력은 최대 5년 동안 출전 자격이 정지되는 것으로 조정됐다.

문체부는 당초 지난 2월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장관이 직접 발표함으로써 강한 처벌 의지를 보였다. 어쩌면 학교 뿐만 아니라 직장·군대 등 집단 내 폭력을 근절할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대한체육회가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결국 문체부는 법률검토와 부처 간 의견 조율을 거쳐 정책을 수정했다. 10년 정도면 사실상 선수 활동을 재개하기 어려우므로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강력한 처벌 규정으로 선수 육성이 어려워질 현장 상황을 고려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자숙 후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사이 상처를 떠안은 채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피해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초 `학폭 미투`의 시발점이 된 프로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국제이적동의서 발급승인을 두고 배구협회와 공방을 벌인 끝에 연봉 삭감이 동반된 그리스행을 택하며 복귀 길을 열었다. 그 사이 충청권 사이버 폭력 비중은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고,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한 공무원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폭력이 휩쓴 자리에 남은 것은 긴 침묵과 유령처럼 맴도는 트라우마 뿐이다.

`처벌`의 형태로라도 업보를 되돌려 받는 가해자의 모습은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일종의 학습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단괴롭힘 예방과 피해 회복을 위한 환경을 사회 구성원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달성하지 못한 채 가해자에게 관대해진 꼴이 된 문체부의 완화 조치를 보자니 `본말전도`라는 단어가 절로 생각난다. 취재1팀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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