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아닌 차악 후보 찍을 판
진보-보수 극심한 진영 대결
대선 주자 경솔한 처신 문제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20대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비극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비호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통계수치로 잘 나타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대선 주자들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호감이 간다` 보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호감·비호감이 34%·58%, 국민의힘 대선 지지율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호감·비호감이 30%·60%로 나타났다. 여야의 지지율 2위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호감·비호감이 24%·66%, 홍준표 의원은 28%·64%로 조사됐다. 20대 대선이 이전의 대선과 달리 극단적인 비호감 대결로 치닫고 있다. 좋은 후보보다는 덜 싫은 후보를 선택해야 할 처지다.

문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이 지사의 비호감도는 지난 3월 43%에서 지난 9월 58%로, 윤 전 총장의 비호감도는 47%에서 60%로 각각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싫어하는 후보`가 5개월 후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최선이 아닌 차악(次惡)의 후보를 찍는 선거라는 말이 나돈다. 19대 대선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17년 5월 19대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의 갤럽 조사를 보면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호감도는 비호감도 보다 높거나 비슷하게 나타났다.

도대체 20대 대선이 사상 최악의 비호감 대결로 치닫는 이유는 뭘까. 진보와 보수 간 극심한 진영 대결은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을 자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통합의 리더십은 완전히 사라졌고, 조국 사태와 공수처 설치, 윤 전 총장 사퇴를 둘러싸고 진영 간 틈은 더욱 벌어졌다. 문 정권과 함께 탄생한 `대깨문`이라는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 준다. 사회 정의나 공정 보다 진영 논리를 더 중요시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내 편이 되기보다 상대 편이 떨어져야 한다는 심리가 선거판 저변에 흐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책 대결은 양념에 불과하고 네거티브가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경솔한 처신도 비호감을 키우고 있다. 이 지사는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선 후보답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수뇌부가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봉고파직`, `위리안치` 등 거친 언사로 화답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그는 형수에 대한 욕설로 논란을 빚고 있는 마당에 말 한마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성남시장 당시 대장동을 개발한 게 분명한데 무조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도 볼썽사납다. 그는 "노벨이 화약발명 설계를 했다고 해서 알카에다의 9·11 테러를 설계한 게 될 순 없다"고 대응했는데 지나친 비약이다.

국민의힘 선두 주자인 윤 전 총장은 가벼운 언행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메이커`가 되고 있다.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은 채로 3차례나 TV토론에 참석해 주술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후보는 "토론을 잘하라는 지지자의 응원 메시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벌써 제왕적 대통령이 다 된 듯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그동안 "청약통장 모르면 치매", "손발 노동 아프리카나 해" 등의 발언으로 여러 차례 설화(舌禍)를 겪었는데도 이 모양이다.

대선 후보들이 이 정도 수준이니 국민들의 비호감이 줄어들 리 만무하다. 대선 길목에서 국민 평균에도 못 미치는 언행을 일삼는 비호감 후보 중 누구를 찍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은현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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