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Zoom in) 기울어진 국토부 예타
20여년간 대전·충청권 확보 국비 전국 꼴찌 수준
경제성에만 치우친 평가방식 개선 필요성 커져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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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재정을 수반하는 사회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충청패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대전·충청이 국토교통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문턱을 넘어 확보한 사업비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예산액으로 서울·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에선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호남이 강세다. 대형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예타가 서울·수도권 집중논리에 함몰돼 있고 그 외 나머지 지역간 파워게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전반적인 사회여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잣대와 최소 투입 대비 최대 효과 즉, 효율성만을 맹신하는 제도적 한계도 노정한다. 예타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 배제·소외를 이젠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충청의 빈곤한 정치력과 행정역량 부족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광주북구갑)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0년까지 국토부 소관 예타 사업 전체 327개, 435조 1833억 원 가운데 예타 통과 사업은 201개(61.5%), 반영된 사업비는 231조 839억 원(53.1%)이다. 이를 권역별로 나눠 살펴보면 서울(11개, 6조 2240억 원), 경기(51개, 39조 4133억 원), 인천(9개, 10조 3709억 원) 등 수도권이 71개 사업, 56조 82억 원(24.2%)을 쓸어담았다.

수도권 독식의 여분을 놓고선 대구·경북이 24조 9886억 원(10.81%)으로 지방권역에서 가장 많은 사업비를 따냈다. 이어 부산·울산·경남 23조 446억 원(9.97%), 호남권 21조 9013억 원(9.4%), 강원 18조 4547억 원(7.98%)이 뒤따르는 후순위에서 대전·충청은 18조 4165억 원(7.9%)으로 제주(5조 1417억 원·2.22%)와 최하위에 머물렀다. 2개 이상 시·도가 연결된 55개 광역사업 63조 1283억 원(27.3%)을 뺀 73%의 예타 사업비가 국내 정치지형 및 구도와 대동소이하게 배분된 셈이다. 덩치 큰 공공투자사업을 사전 검증해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자 1999년 도입된 정부의 예타 제도가 국가균형발전을 이끌기보다 정치논리에 휩쓸려 수도권-지방간 양극화, 지역차별과 소외를 부채질하고 고착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예타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논란은 2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평가방식이 지나치게 경제성에 경도돼 있고 이는 곧 현재의 경제성장과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며 지역균형발전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국가재정법에 근거를 둔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3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이 지원되는 신규 사업을 대상으로 경제성 분석, 투자 우선순위, 적정투자 시기, 재원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이중 비용 대비 편익 이른바 경제성 분석이 평가 결과를 좌지우지하면서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정부는 2019년 비수도권의 경제성 비중 축소, 지역균형발전 비중 강화를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규제의 허들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당시 경남연구원의 `예비타당성조사제도 개편 영향분석`에 따르면 가중치 변경 영향 시뮬레이션 결과 최소한의 가중치 변동을 가정했을 때 기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27개 사업 중 2개 사업만 예타 통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예타면제사업은 대전·충청이 6조 500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노면전차) 건설사업, 지역 공공의료체계 허브로 기능할 대전의료원이 대표적이다. 수 십 년 지역의 숙원으로 정부 규제에 막혀 지지부진하다 민심이 폭발할 즈음 정부가 예타면제를 던져준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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