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취재2팀 차장
문승현 취재2팀 차장
대전 신도심 둔산동에는 둔산대공원이 있다. 엑스포시민광장을 사이에 두고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는 `대전의 허파` 한밭수목원도 거기다.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박물관,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등 시민들의 문화휴식공간이 즐비하다. 그곳에 대전곤충생태관이 자리잡고 있다. 연면적 2006㎡(607평)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곤충을 만나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다. 2016년 10월 문을 열고 1년 만에 방문객이 30만에 달했다. 지난해 말엔 80만을 돌파했다. 도심 한가운데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을 품고 있다는 건 150만 시민들의 홍복(洪福)이다. 며칠 전 `도심 속에서 만나는 나비`를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연 대전곤충생태관에 다녀왔다. 자그마한 연못이 있는 생태 유리온실 어디쯤이었을까. 네 살 아이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선다. 이름 모를 풀잎에 사뿐 앉아 있는 흰나비가 날아와 앉기를 기다리는 듯. 포동포동 살이 오른 아이의 흰 손과 하얀 나비가 만들어내는 적막의 긴장감도 잠시. 나비는 나풀나풀 날갯짓하며 날아간다.

"우터. 우터야 예쁘지." 시옷(ㅅ) 발음 서툰 아이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생각났다. 아이 웃는 모습 찍는 걸 좋아해 스마트폰이니 카메라니 들 때마다 그랬었다. "웃어. 웃어야 이쁘지."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다. 아이의 혀 짧은 소리 그 한 마디에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구나. 이제 말문이 트이는구나` 싶어 대견하기 그지없다. 가을이다. 어느새 왔다 훌쩍 떠나버리는 야속한 계절이 되었다. 한밭수목원은 요즘 핑크뮬리 같은 가을꽃들이 만발해 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문을 걸어 잠갔던 열대식물원 등 내부시설도 제한적이나마 다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이르면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줍게 피어나는 가을꽃과 청명한 가을바람 속에서 우리의 오랜 일상은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듯 성큼 다가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승현 취재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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