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쓰기가 어렵다. 글은 엉덩이로 쓰고 글쓰기는 체력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집중하기 어렵다. 진득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몰입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최근 아이패드에 꽂혀 맞춤한 놈을 고르느라 이리저리 헤매는 탓이다. 사과농장-애플 전자기기만을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을 `가꾸느라` 여기저기 삽질을 해대고 있다. 게다가 지난 금요일에 만난 친구녀석 손목의 애플워치가 너무 탐났다.
특히 요즘은 쓰고 싶은 글보다 써야만 하는 글들이 많다. 그래서 더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가을에 때아닌 늦더위에 불쾌해진 몸과 마음도 한몫해서 글쓰기를 훼방 놓는다. 글이 안 써지면 핑곗거리를 찾는다. 키보드의 키감이 이상하다느니 모니터 속 문자가 잘 보이지 않다느니 컴퓨터가 느리다느니, 그래서 글이 안 써진다고 스스로 충동질을 해댄다. "조금 더 손 맛 나는 키보드가 필요해! 모니터 해상도가 구려! 30인치가 넘는 모니터가 필요해! 맥북이 너무 무거워! 가볍고 이동이 편한 아이패드가 딱이야!" 결국, 이 글을 쓰기 바로 전에 고가의 아이패드 프로를 지르고 말았다.
지름신이 오셨다 가시면 며칠은 견딜 만 하다. 새로운 놀이감을 손에 익히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글도 더 잘 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며칠 뒤 모니터 속 커서가 멈춰버리는 일이 잦아지면 다른 장난감에 눈을 돌린다. "운동을 해야해. 글쓰기는 체력이야. 무라카미 하루키를 봐. 매일 같이 수 킬로를 달리잖아. 달리기 위해선 운동 이력을 관리하는 스마트워치가 필요해! 음악없이 어떻게 달리기를 할 수 있겠어! 무선 이어폰은 반드시 있어야 해!" 지름신이 또다시 오시는 중이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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