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최근 자주 들려온다. 2000년대 후반을 전후로 저탄소, 무탄소, 녹색성장, 기후대응 이런 단어가 회자되었지만 근 10년 정도 지나며 많이 잊혀졌던 단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들 수 있다. 미세먼지, 코로나19 등 자연에 의한 인간의 피해 현상도 단연 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는 2016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의 산물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이후 신기후체계로 불릴 만큼 많은 국가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 중 핵심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라 불리는 NDCs(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와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이라는 LEDS(Long-term low-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다. 과거에도 다양한 기후협약이 있었지만 주로 선진국이 주도하고 개발도상국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나라가 반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나마 교토의정서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유는 선진국들에 대해서 부속서1(ANNEXⅠ)과 같이 묶어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리기후협약은 특정 국가가 온실가 저감 목표를 부여받는 구조가 아니라 각 국가 스스로, 스스로 지켜나갈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공표하고 이를 지켜나갈 장기전략을 제시하게 했기 때문에 폭 넓은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목표 설정에 있어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고심해왔고 작년에 NDCs와 LEDS 를 발표했다. 또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어내겠다고 발표했다. 마침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상황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주장하던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며 다시 참여를 선언하기도 하여 이러한 우리의 발표에 더욱 무게감을 실어주게 되었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탄소중립,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온실가스 통계에서 발전분야라는 애매한 분야를 들어내면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20% 정도는 건물 부문에서 배출된다. 이는 전국 총량이 그런 것이고 서울, 수원과 같이 인구가 집중된 고밀도의 도시로 가면 60% 이상이 건물에서 배출된다. 이 점이 건물에 대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2000년대 말 이후로 다양한 노력이 있어왔다. 녹색건축 인증,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도입 등이 그러하다. 신축건축물 특히, 공공건축물을 중심으로 제도가 도입되었고 점차 그 지평이 넓어져가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는 민간건축물도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건축심의, 환경영향평가 등에 의해서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상황이다. 분명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은 좋아졌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 전체 연면적이 늘며 오히려 에너지 소비 총량은 증가한 경우가 많다. 소비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건물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ESS(Energy Storage System)를 달지 않아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해서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발전하지 못하거나 낮시간에 발전한 에너지를 저녁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건축물의 높이가 너무 높거나 너무 밀도가 높아져서 고층부에는 태양광발전기를 달고, 오히려 저층부에서는 해가 들지 않아서 하루 종일 조명을 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상황을 보면 결국 문제는 바이러스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를 옭아맨 것은 `경제`였다. 우리의 건축물을 탄소중립화하는 과정도 이와 유사한듯하다. 경제를 움직이고 성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축 또는 재건축에 기대는 건축물 탄소중립 제도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과 접근법이 없이 우리 건축의 탄소중립화는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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