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을 대표하는 정치 거목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별세했다. 2012년 발생했던 혈액암이 재발해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는 충남 청양 출신으로 최연소 경찰서장과 충남·북 경찰청장을 지낸 `뚝심의 정치인`으로 통한다. 1995년 민자당 입당으로 정계에 입문,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의 녹색 돌풍을 뚫고 신한국당 후보로 충남에서 유일하게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1998년 자민련에 입당했으며, 2000년 재선에 성공해 사무총장 등 당내 요직을 거쳤다.

이 전 총리가 충청의 대표 정치인으로 부상한 것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남지사에 당선되면서부터다.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도지사이자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스타일로 단박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지지자들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 도지사직을 과감히 던져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 지사는 "세종시는 충청도의 영혼이 걸린 문제"라는 말로 지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그의 행동은 세종시 원안을 바랐던 지역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를 계기로 이 전 총리는 충청권에서 입지를 굳혔고, 세종시 원안을 주창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그는 2015년 2월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총리로 임명되면서 정치 인생에 정점을 찍게 된다.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뒤를 이어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나 총리로서의 역할을 채 하기도 전에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63일 만에 사퇴하는 불명예를 겪고 만다. 뒤늦게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회복을 했지만 정계복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천안지역 출마가 점쳐졌지만 주변의 만류로 끝내 출마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돌아보면 이 전 총리는 `충청의 자존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었던 이 전 총리가 지역민들의 곁을 떠났다. 충청권 푸대접론이 불거지고 있는 요즘, "몸으로 말하는 정치인이 있어야 국민이 믿어준다"는 이 전 총리의 메시지가 새삼 떠오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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