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석 한밭대 국제교류원장
권기석 한밭대 국제교류원장
노벨상 시즌이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가 세계 1위권인데, 기초연구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 창출 비판은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25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1868년에 본격적으로 서양과학을 체계적으로 도입하였다. 그러나 근대과학의 도입이 100년 넘게 앞서는 일본과 비교하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세계적 연구성과 창출의 조건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은 기초, 응용, 개발 3단계로 나눈다. 산업화 초기 자원이 부족했던 우리나라 산업은 선진국의 제품을 모방하는 개발단계로 시작해서, 이 과정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응용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이제 기초연구를 통한 창의적,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이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과학과 시장 등 여러 분야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선도력을 행사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서구의 선진국에는 과학의 전통이 수립되어 진행되고 있었고,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 지식을 제공해 왔다. 최근에 개념화된 `기초연구(basic research)`는 선진국 과학자들의 연구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용어이다. 아직까지도 과학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우리나라는, 16세기 유럽 과학혁명기에 시작된 `과학(science)`의 본질과 사회적 제도화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7세기 왕립학회가 창립된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미국으로 과학의 주도권이 이동하였다. 과학의 제도화에 있어,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에꼴폴리테크닉이 별도로 설립되었고, 19세기 독일은 대학에 실험실 도입되었다. 20세기 미국에는 학과제도의 설립과 운영으로 과학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제도화 과정을 종합해 보면, 창의성, 개방성, 공유성, 탁월성, 자율성, 비판성 등의 키워드를 도출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치들과 과학의 제도화 과정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할 수 있다. 첫째, 대학원생을 지도교수가 진행하는 과제의 자원이 아닌 동료 연구자로 대우해야 한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노벨상 수상자가 수상의 결정적 연구를 시작한 것이 평균 37.9세였다. 이들 학문 후속세대가 독립성을 가지고 존중받으면서 학문을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안정적인 연구지원 제도화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연구비를 도입하자. 영국 등 과학 선진국은 연구자들이 아무런 과제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본 연구비가 있다. 대학에 일정 방식에 따라서 묶음예산(block funding)을 지원하면, 연구자들은 자체적인 연구를 독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개방성과 공유성의 관점이다. 과학은 글로벌 수준의 네트워크에서 행해지는 활동이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이 단순한 방문이나 사무소 설치 중심이 아닌, 실질적인 국제공동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원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해외의 연구자들에게 투입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설득되어야 한다. 실력 있는 석학급 연구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공동으로 장비를 활용하는 과학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허브 중에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 권기석 한밭대 국제교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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