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15개 시·도 등 89개 지자체
'말로만 균형발전' 정책 실패 입증
행정구역 개편 등 출구책 마련해야

장중식 지방팀장
장중식 지방팀장
수도권 중심의 정책에 따른 폐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지정 및 지원 방향` 자료에 따르면, 충남지역 9개 시군(공주, 금산, 논산, 보령, 부여, 서천, 예산, 청양, 태안)과 충북지역 6개 지역(괴산, 단양, 보은, 영동, 옥천, 제천) 등 충청권에서만 15개 지역이 인구소멸 위기를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는 총 89개 지자체가 범주 안에 들었다. 이번에 지정된 89곳은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의 39%에 달하는 수치다. 지역 소멸 위험이 비단 농촌뿐만 아니다. 부산 동구와 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등 대도시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지난 20년간 인구 감소 시·군·구는 무려 151곳에 달한다.

새삼스러운 소식이 아니지만 이 같은 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날로 심화하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이 겹치면서 지역은 날이 갈수록 몸집이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정부 차원의 대책이다.

`지방소멸 위기` 대책으로 정부는 `상향식 인구활력계획 수립 및 지역 맞춤형 지원방안, 중앙-지방정부 간 긴밀한 상호협력`을 꼽았다.

이번 대책은 기존 저출산·고령화 대응방안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지역 주도의 상향식 인구활력계획 수립과 매년 1조 원가량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해 향후 10년간 국고보조금 등 관련 재원을 패키지 형태로 투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내친 김에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각종 행·재정적 지원 및 규제 혁파 등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촘촘한 `시스템 개선`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로드맵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달렸다.

정부는 지자체들이 인구 위기를 탈출할 계획과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주체가 뒤바뀐 `엇박자`라는 시각이 있다. 열악한 재정과 인력으로 지자체들이 스스로 인구 감소의 원인을 진단하고 각자 특성에 맞는 인구 활력 계획을 수립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지방 인구감소가 소멸 위기로까지 치달은 근본 원인의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화두로 지방활성화를 외쳤지만, 성과는 미흡 그 자체였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하기 위해 혁신도시사업을 진행했지만 정치적 결정에 따라 계획이 바뀌어 공공 기업을 지자체 10곳에 분산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혁신도시들은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 방식이다. 기관과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뒷받침이 없으면 시너지 효과가 없다.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정주여건을 마련해줌과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여기에 대도시에 가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등 교육·문화 인프라도 중요하다.

지방자립은 지방소멸을 대체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이자 무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필요성이 부각된 `메가시티 구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행정구역 개편 등 거시적 차원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인구감소는 하나의 결과일 뿐, 원인은 일자리와 교육, 생활 인프라 등 여러가지가 작용한다`고 지적한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부가 전략적 목적을 갖고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향성을 주는 일이 시급하다.

재정지원 또한 구체적 목표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역의 현실을 보다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다. 지방에 살면서도 수도권 못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고, 덤으로 인센티브까지 부여된다면 굳이 대도시로 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중식 지방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중식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