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끝내 최종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21일 오후 5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발사체 분리에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단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히 이르지 못했다.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갔다"며 "다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누리호가 우주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만 해도 성공적인 궤도 진입을 예상했는데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들은 누리호의 1단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고, 위성발사체가 TV 화면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성공적인 발사를 점쳤는데 아쉽게도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누리호가 비록 목표 괘도까지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이 3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뤄 크게 실망할 것도 아니다. 우리의 순수 기술로 로켓 엔진을 개발했다는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누리호 개발을 계기로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로켓이 올라가 성공적으로 분리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누리호는 총길이 472m, 중량 200t 급인 3단 로켓으로, 1단부터 3단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제작했다. 설계에서 제작, 시험 등 개발 전 과정을 국내 연구진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성과다.

우리 기술진들은 비록 최종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프로젝트에는 국내 300여 기업에서 500여 명의 기술 인력이 동원됐다는 사실도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한다. 누리호는 내년 5월 2차 발사를 포함해 앞으로 6차 발사까지 계획돼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실용급 위성 발사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기술을 보완해 언제 쏘아 올려도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2030년 달 탐사선 발사도 결코 넘을 수 없는 장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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