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며 물류와 교통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이 같은 품귀 현상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주요 원자재와 소재, 부품 등에 대한 공급망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매년 약 500만t의 요소를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올해 1-9월 누계 기준으로 중국 요소 수출량 중 47.5%는 인도로 갔고, 56만 4000t(14%)은 우리나라로 수출됐다.

요소수는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분해해 오염 물질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2015년 1월부터 모든 디젤차에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장착이 의무화됐다. SCR이 장착된 차량에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중장비 기계 역시 비슷한 시기에 SCR이 도입됐다. 현재 디젤화물차 300만대 중 200만대가량이 SCR 장착이 돼 있어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호주와의 `석탄 분쟁`에 따른 자국 내 요소 생산 위축과 공급 차질로 인해 지난달 11일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품목에 대해 반드시 검역을 거치도록 했다. 이는 중국의 비료난 속 비료 수출을 억제하고 국내 시장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수출제한 조치로 풀이된다.

요소 거의 전량을 중국에 의존한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요소수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97.6%가 중국산이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도 요소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있었다. 그러나 석탄이나 천연가스가 나는 중국, 러시아 등 산지 국가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며 요소 생산 업체들이 2013년 전후로 모두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로 국내 업체에서 다시 요소 생산이 이뤄질 수도 있긴 하지만 워낙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주요 원자재와 소재, 부품 등에 대한 공급망을 점검하고 한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수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입 품목 1만 2586개 중 3941개(31.3%)가 특정 국가에 대해 의존도 80%를 넘는다. 공급망 리스크로 수입선을 막힐 경우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전상의 정태희 회장은 "이번 사태가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으로 발생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통한 수입 재개와 수입국 다변화, 국내 생산 지원 등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이 수입품 대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품목을 모니터링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비롯해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조달 등 다각적인 관점에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민지·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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