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취재2팀 차장
문승현 취재2팀 차장
기다림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일도 없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누군가를 끝끝내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어느 시인은 기다림을 두고 `살이 타들어 간다`고 절규했다. 기다림의 결핍은 마침내 와야 할 대상이 눈앞에 당도(當到)해야만 충족된다. 기다림은 그래서 차라리 속수무책이다. 최근 2-3년 수직상승하는 집값을 속절없이 바라보고 살았다. 자고 일어나면 올라있으니 내 집 마련의 꿈은 이만 접어야겠다, 여겼다. 거대한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와 자본 팽창의 작동기제는 애당초 인력(人力)으로 주저앉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랬는데 미세한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코끝까지 시린 날카로운 겨울바람이 부는 듯도 하다. 집값 상승의 불장은 서서히 열기를 잃어가고 있다. 시장에 맞선 정부는 수사(修辭)의 강도를 높인다. "시장의 객관적인 지표와 전망을 보면 집값 하방 압력이 굉장히 강하다. 과도한 추격매수는 재고하면 좋겠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앞서 10월 말 국토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전환되는 길목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한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장관으로서 희망과 당위(當爲)도 함축돼 있지만 "집값이 항상 오를 수만은 없고 언젠간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언급은 등락을 거듭해온 부동산 시장의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다.

시인 곽재구는 1990년 펴낸 시집 `서울 세노야`에 `겨울의 춤`이라는 시를 담았다.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중략)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곽재구 시인이 건져 올린 이 시에서처럼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이라면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하더라도 결국에는 현현(顯現)할 그 무엇인가를 다소곳이 기다려야 하겠다. 문승현 취재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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