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의 '무릉도원' 그린 안견선생
당대 문장가 21명의 찬시로도 유명세
일본에서 꼭, 찾아와야 할 '문화유산'
그날 밤 안평대군이 꾼 꿈 얘기를 듣고, 현동자 안견 선생이 3일만에 그린 그림이 산수화인 `몽유도원도(세로 38.7㎝, 가로 106.5㎝)`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무릉도원`을 안견이 화폭에 옮겨 놓은 것. 회화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몽유도원도`다.
당대 문장가들이 `몽유도원도`를 보고 쓴 찬시도 걸작이다. 안평대군의 발문부터 김종서, 신숙주, 정인지, 박팽년, 서거정, 최항, 이개, 성삼문 등 당대 문장가 21명의 찬시가 친필로 붙어있다. `몽유도원도`는 그림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조선 초기 문인들의 문학과 서예적 성취를 알 수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크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몽유도원도`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 가 있다. 임진왜란 때 약탈 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일본 덴리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몽유도원도`를 연구해 온 중원대 김경임 교수는 덴리대학이 아닌 덴리교주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덴리대학에 있는 `몽유도원도`는 복사본이라는 게 김 교수의 말이다. 아무튼 일본에서도 국보로 지정될 만큼 `몽유도원도`를 애지중지한다. `몽유도원도`를 값으로 따질 수 없지만 만약 문화재시장에 경매로 나올 경우 우리 돈 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천문학적 금액만큼이나 `몽유도원도`의 그림 가치는 정비례다.
안견 선생의 고향인 서산에서 `몽유도원도`가 재조명 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안견학술제`에 참석했다. 일본으로부터 `몽유도원도`를 반환받을 수 없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약탈된 문화재로 기억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우리나라에 있는 덴리교단을 이용하자는 것까지 참신한 의견이 모아졌다.
여기에 현재까지 안견 선생 얼굴이 전해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의 얼굴 복원도 과학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표준영정·조각심의위원장을 지낸 얼굴복원 권위자인 조용진 박사가 유전자 풀을 활용, 안견 선생의 흉상을 제작했다. 안견 선생이 순흥안씨이기 때문에 현재 서산에 살고 있는 순흥안씨 남자 후손들을 조사, 과학적으로 수치화했다. 순흥안씨 후손 70여명에 대해 300군데를 측정하고, 1200항목을 수치화해 일반적으로 한국인 남자 얼굴의 평균 특징에서 순흥안씨 후손 얼굴이 갖는 특징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안견 선생의 흉상은 지곡면에 있는 `안견기념관`에 기증이 되고, 이후 영정사진을 제작하는 데도 활용된다고 한다.
안견 선생도 수백 년 만에 고향인 서산으로 돌아왔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몽유도원도`는 아직도 타향살이다. 일본으로부터 꼭, 찾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이다.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桃源)으로 꿈꾸었는가. 은자(隱者)들의 옷차림새 아직 완연하거늘. 그림으로 그려놓고 볼 진대 정말 좋은 일이니. 천여 년을 전하여 봄직하지 아니한가`. 안평대군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고 이런 시를 썼다. 그의 시처럼 `몽유도원도`는 천년을 전해 볼 대작이다. 일본의 `몽유도원도`가 아닌 대한민국의 `몽유도원도`다.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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