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현 수준 유지 시 10년간 누적적자 112조 넘을 듯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할인·할증되는 4세대 실손 눈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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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0만 명이 가입하고 있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내년 큰 폭 오를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해마다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의 적자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실손보험료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면 향후 10년 간 누적 적자는 1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보험사들은 인상 폭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에 따라 기존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올 7월 새롭게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야 할지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번 주부터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률을 알리는 안내문을 순차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고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 현재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상품별로 10-20% 수준으로 안내하고 있다. 예상 인상률 안내문인 만큼 이달 말쯤 최종 인상률이 결정되면 안내문을 재발송할 예정이다.

여기에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2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손해보험업계는 올 9월 말 기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액이 1조 9696억 원에 달한다고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어난 수치다. 실손보험 손해율도 지난 9월 기준 131%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보혐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 131원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보험연구원은 앞으로 10년 간 실손보험 재정 전망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 간(2017-2020년) 평균 보험료 증가율과 보험료(위험보험료) 증가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부터 2031년까지 실손보험 누적 적자는 112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4년 동안 보험료 인상률은 실손보험 출시 시기(1-4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연 평균 13.4% 수준 올랐다.

앞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초 실손보험료를 평균 11.9-19.6% 인상했던 만큼 내년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경우 가입자들의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실손보험은 가입 조건에 따라 3년에서 5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되는데 경우에 따라 50% 이상의 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지난 7월 1일부터 시중에 판매된 4세대 실손보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장은 가장 낮지만 보험료가 지난 세대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주계약에 포함됐던 비급여 항목을 특약사항으로 빼고 자기부담 비율을 키운 대신 보험료는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본인의 건강상태와 의료이용 성향에 따라 보장 혜택과 보험료 인상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구 실손보험`(1세대), 2009년 10월-2017년 4월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 그 이후 새롭게 등장한 `신 실손보험`(3세대)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왔다. 1세대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지만 2세대부터는 10%, 3세대는 급여의 경우 10-20%, 비급여는 20-30%씩 자기부담률이 올라간다. 새로 출시된 4세대 또한 급여가 20%, 비급여가 30%로 기존 실손보험들보다 자기 부담이 커졌다.

4세대 실손보험의 큰 특징은 비급여에 대해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할증된다는 점이다. 할인·할증 구간은 총 5단계로 나뉘는데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0원일 경우 기준 보험료 대비 5% 내외 할인 △0원 초과-100만 원 미만 시 할인·할증 없음 △100만 원 이상-1500만 원 미만 시 할증 100% △15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 시 할증 200% △300만 원 이상 시 할증 300% 적용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별로 인상폭을 고려해 기존 세대 보험을 유지할지 새로운 세대 보험으로 갈아탈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앞으로 의료 이용률이 많아질 것 같은 고령층의 경우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고, 의료 이용률이 비교적 적은 젊은 층은 4세대로 가입하는 것이 더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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