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팀 이태민 기자
취재1팀 이태민 기자
매년 이맘때쯤 `올해의 사자성어`가 한 해의 끝자락을 붙든다. 교수들은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중소기업인들은 재앙이 끊임 없이 닥침을 뜻하는 `전호후랑(前虎後狼)`을 꼽았다. 두 개의 성어는 공교롭게도 `환멸`을 함축한다. 청렴과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개인의 욕심과 이권 개입에 무너졌단 점에서다.

올해를 시작하며 품었던 저마다의 꿈도 답답한 현실 앞에 허물어졌다. `승격에 목숨 걸었던` 대전하나시티즌은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지역 축구 팬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승격의 꿈은 홈팀 볼보이의 경기 지연 행위에 맥이 끊기며 내년으로 미뤄졌다.

한화이글스는 올 초 외국인 사령탑을 세우며 가을 야구로의 비상을 꿈꿨다. 젊고 역동적인 팀 컬러로 이글스만의 길을 구축하겠단 캐치프레이즈는 신선했다. 원대한 야망은 부진한 성적표와 때이른 FA 시장 철수에 실망한 팬들의 트럭 시위로 끝났다.

`위드 코로나 환상곡`에 몸을 맡긴 문화예술계는 연말 성수기를 위해 무대를 야심차게 꾸몄다. 그저 관객들과 다시 호흡하고 싶다던 소박한 바람은 한 달도 채 되지 못해 일장춘몽으로 남았다. 속절없이 밀려오는 허무와 우울에 뒷맛이 쓴 연말이다.

그러나 환멸의 끝은 아쉬움이 아닌 새로운 기대를 향한다. 곰 세 마리의 1부 승격은 유보됐지만, 안방불패의 저력을 내뿜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잠시 멈춘 독수리의 날갯짓은 리빌딩이란 담금질을 통해 강팀 도약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관객과 오프라인으로만 만나는 데 그쳤던 문화예술계는 온라인과 메타버스라는 물꼬를 틀며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 발매된 곡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무너진 꿈의 잔해 위로 켜켜이 쌓이는 희망을 노래하기에 손색이 없다. 가수 윤종신은 이 곡을 통해 힘들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캐롤이 아닐까. 좌절과 무기력에 얼어붙은 마음을 덥힐 만한 구절을 곱씹어본다. "지금 내 옆, 거짓말 못 하는 작은 꿈들로 사는 사람들. 그들과 건배해, 오늘은 그래도 크리스마스." 취재1팀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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