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팀 조은솔 기자
취재1팀 조은솔 기자
인문계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첫 통합형 수능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체감한 것이 시작이다. 성적표를 받아든 문과생들은 이과생에게 밀려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등급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졌다. 정시에서는 교차지원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 입시업체 유웨이가 이과 수험생 모의지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6.4%가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능 성적 발표일로부터 4일간 모의지원 서비스에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 중 수학에서 미적분·기하, 과학탐구를 선택해 자연계로 추정되는 1만 2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과생들이 상위등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문과생들의 합격선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올해 인문계 모집규모는 4차산업 분야 등 이공계 학과가 신설되면서 대폭 구조조정됐다. 인문계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것이다.

중학생들과 학부모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하다. 올해 외고 입시 경쟁률이 그 방증이다. 대전외고가 올해 신입생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정원 내 전형 262명 모집에 268명이 지원해 최종 1.0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기가 많은 학과를 제외하고, 선발 기준에 충족하면 대부분의 인원이 합격하게 된다. 인문학 전공자들이 취업시장에서 소외되면서 고등학교, 대학에서부터 이러한 사기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인문학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인문학·인문정신문화 진흥 계획`을 추진한다고 한다. 대학들의 인문학 교육과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과학기술 중심이었던 융·복합 연구를 앞으로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융합 연구가 필요한 주제를 발굴해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공계와 자연계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인문학은 사회문제를 도출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필수불가결한 학문이다. 시대와 맞지 않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홀대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가 유효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라본다. 취재1팀 조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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