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취재2팀 차장
문승현 취재2팀 차장
코끝까지 시린 세밑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뚝 떨어진 수은주에 찬바람마저 맹렬하면 구름이 걷히고 새파란 겨울하늘이 열린다. 그 명징함은 오롯이 이 계절만의 것이어서 강추위를 견디게 한다. 겨울의 한가운데 서니 지난여름의 화탕(火湯)조차 덧없다. 집 없는 서민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속절없이 수직상승하던 집값의 불장이 딱 그렇다. 고공행진의 끝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회의(懷疑)와 불안이 엄습하고, 내 집 마련의 희망은 어찌 감히 품어볼 수나 있는 것인지 수많은 무주택자들이 스스로 절망하지 않았나.

극적인 반전의 기운은 가을 무렵 엿보이기 시작했다. 4월말 정부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와 함께 부동산 매수심리는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고 고위당국자들은 연일 `집값고점론`을 띄우며 전세역전을 시도했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돈줄을 옥죄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제를 강화하는 강도 높은 압박전술이었다. 집값 변동 흐름을 반영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연초만 해도 매주 0.3-0.4%대 견조한 상승률에 걸려있던 대전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반기 들어 0.2% 선까지 주저앉았고 12월엔 0.1% 밑으로 뚝 떨어졌다. 신도심을 품은 집값 불장의 주역 유성구는 0.00% 제자리걸음했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상종가를 치던 전셋값도 12월 셋째주(20일 기준) 역사적인 0.00% 보합을 기록했다. 제로 변동률은 2019년 5월 둘째주 이후 무려 136주 만에 처음이다. 자치구별로 대전 집값 상승을 견인해온 서구(-0.09%)와 유성구(-0.02%)의 전세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역시 2019년 하반기 이후 2년여 만에 전격적인 하락 전환이다. 인접한 도시 세종과 남쪽 대도시 대구의 냉랭한 시장 분위기는 이미 상수로 논외다. 이젠 속도와 확산의 범위가 논제다. 가격의 가파른 급전직하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 우려가 집값의 하방경직성을 지탱한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묵은 가격거품을 벗겨낸 후 훤히 드러날 명징한 시장으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다. 문승현 취재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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