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호 혁신도시 지정 14개월
기존 10곳과 기회 균등 차원서
기능별 적정수 이전 길 터줘야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대전과 충남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동병상련 처지에 비유된다. 따로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다 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11·12호 혁신도시로 지정받았으면 공공기관을 이전 받아야 하는데 그 기대감이 허물어졌다. 대전·충남은 힘겹게 혁신도시 지정 티켓을 손에 쥐었다. 14개월 전에 그런 일이 있었고 사실상 지역민들 힘으로 일군 성취나 마찬가지였다.

그랬지만 그 혁신도시 티켓 효능이 애매해졌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없다는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서다. 공공기관 이전 막차가 끊긴 것과 다름 없는 황망한 경우다. 혁신도시가 공공기관과 결합해야 생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존 10개 혁신도시들이 도시 면모를 일신할 수 있었던 것도 공공기관이 이전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혁신도시건설법 명칭에도 당초에는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이라는 긴 표현을 사용했다. 혁신도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필수 전제가 돼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현 정부 임기내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혹시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될까 우려스러워 차기 정부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지역 모두 애를 태우는 형국이지만 대전과 충남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다른 혁신도시들은 1차로 이전한 공공기관을 든든한 밑천으로 삼아 과실을 취해오고 있다. 대전과 충남의 두 혁신도시도 그런 경로를 밟아나갈 수 있어야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볼 때 그게 당분간 요원해졌으니 딜레마적 전변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추진되겠지 하는 태도는 하책에 가깝다. 오히려 대전과 충남의 경우 예외적 사정이 있는 현실이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꼭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촉구하는 깃발만 흔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면 정부를 상대로 끈기 있게 협상하는 가운데 교집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게 되겠나 하는 발상은 패배의식의 연장선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하지 않고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대전·충남 혁신도시에 한해 공공기관 개별 이전 실행이 불가능하지 않다. 비근한 예로 중기부 대체 기관 대전 이전을 꼽을 수 있다.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탈하면서 방을 뺀 데 대한 보상 성격이 짙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추려 지방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고시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공공기관 이전 예를 좇아 대전·충남 혁신도시에도 준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대전과 충남과 협의해 두 혁신도시로 나누어 내려갈 수 있는 일단의 이전 대상 공공기관 안을 수립해 균형발전위에서 처리한 후 국토부 고시 절차를 밟으면 나머지 부분은 자동적으로 풀리게 돼 있다. 대전이나 충남행을 수용할 공공기관이 있을지 여부가 관건인데 능히 이전 희망 공공기관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차기정부에서 진행될 게 자명한 만큼 한발 앞서 대전이나 충남을 골라 내려오면 상대적으로 얻어지는 이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행·재정적 지원이나 주거 문제에서 우대받는 상황은 큰 메리트 요인이 될 수 있다. 대학 갈 때 수시 지원 입학에 따른 혜택이 보장되면 정시 모집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과 흡사한 이치다.

요약하면 이렇다. 대전과 충남에도 혁신도시가 지정됐다. 대전은 역세권과 대덕구 연축지구를, 충남은 도청사가 이전해 있는 내포신도시를 예정지로 선정해 놓고 공공기관을 받을 준비를 마쳤다. 유치 희망 기능군으로 분류되는 공공기관들과도 접촉면을 넓혀가며 마케팅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반응이 괜찮았다. 때문에 혁신도시 시즌 2와 별개로 적정수의 공공기관이 자리잡도록 행정절차를 포함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맞다. 이 정도는 현 정부 재량으로도 임기내에 해낼 수 있는 노릇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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