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팀 정인선 기자
취재2팀 정인선 기자
"PBS(연구과제 중심제도)는 적폐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심심찮게 뱉는 말이다. 출연연 연구자 10명 중 9명은 PBS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96년 도입 이래 20여 년간 줄줄이 불만이 터져 나왔는데도 개선의 여지는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PBS는 출연연 연구자가 인건비 일부만 정부 출연금을 통해 지원받고, 나머지는 외부 과제를 수주해 비용을 충당케 하는 제도다. 다른 기업·기관과 경쟁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상은 연구자들을 생계형 연구나 단기 성과에 매몰시켜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출연연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가 최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PBS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드러난다. 연총이 회원 등 16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복수응답)들은 단기성과 중심 프로젝트(54.2%), PBS제도(47.5%) 등이 출연연의 연구 몰입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또 자율적인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PBS 폐지(39%)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실제 과제를 수주해야 하는 부서장과 연구책임자 등 40-50대 연구자 그룹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연총 회원들은 대선캠프 정책에 가장 반영돼야 하는 이슈로 `PBS폐지·개선`을 지목했다. 언제나 단골주제인 셈이다.

그동안 PBS 제도 개선 시도는 수차례 이뤄졌으나 연구 현장의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인해 늘 제동이 걸렸다. 국정감사 때마다 "제도를 손 봐야 한다"는 아우성이 연구 현장에 가득했고, 설문조사가 실시될 때마다 결과지의 `간판`격으로 등장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구자들이 뜻을 모아 대통령에 서한을 전달해도 결국 그때 뿐이었다.

제20대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PBS 제도 등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지만 과학기술계는 이마저도 재탕 공약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전 대선 후보들과 공약이 대동소이하고, 선심성 공약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묵은 과제가 더 이상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취재2팀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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