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팀 이태민 기자
취재1팀 이태민 기자
`펜싱 황제`의 금의환향은 사뭇 뜻깊었다. 졸업 당시 그를 품을 곳이 없어 타지로 떠나야 했던 2020 도쿄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은 최근 대전시청 남자 사브르팀에 입단하며 3년 만에 고향의 품에 안겼다. 그가 가슴에 대전시 마크를 달게 된 데엔 안정적인 훈련여건과 지원 확대를 보장한 체육회 수장의 `칠고초려`가 있었단 후문이다. 오 선수의 복귀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실감케 했다. 우수 인재를 타지에 뺏기지 않기 위해 시 차원의 약속과 대응책이 뒷받침됐단 점에서다.

그러던 중 야구 꿈나무를 둔 한 학부모의 한숨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학교에 야구 연습을 할 곳이 없어 타지를 전전한단 이야기였다. 운동장보다 버스에 있는 시간이 더 긴 하루는 비단 그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에 아마추어 선수 전용 구장이 없어 훈련과 경기에 `원정`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 건 이미 일상이었다. 교내에 연습 공간을 갖췄어도 시설이 열악하거나 육성 시스템이 따라주지 않아 역량을 키우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는 "버스에서 밥을 먹고, 쪽잠을 자다 보니 체력과 경기력 저하가 걱정돼 이사를 고민 중인 학부모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대전에서 야구선수로서의 역량을 갖춰도 이들을 품을 대학 야구 팀이 없어 타지로 떠나거나 꿈을 접는 실정이다.

소위 `메이저 종목`의 상황도 이러할진대 `마이너`여서 겪는 설움이야 오죽할까. 지역 육상팀은 지난해 한밭종합운동장 철거가 확정되며 유일했던 연습 공간을 잃었다. 다행히 이들의 사정을 안 지역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며 급한 불은 껐지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종합운동장이 없어 `원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전문 선수를 품을 실업팀 혹은 훈련 장소가 없는 척박한 환경 탓에 체육 유망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대전을 등지고 있다. 때문에 "대전·충청 출신 스타 선수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선뜻 입을 떼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더 많은 세계 무대에 지역을 알리기 위해선 제2의 오상욱과 박찬호를 키울 수 있는 요람이 절실하다. 당장 내달 중국 베이징 땅을 밟는 `대전 토박이` 국가대표 선수가 없단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취재1팀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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