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성현 KAIST 디지털 인문사회과학센터장(전산학부 교수)
맹성현 KAIST 디지털 인문사회과학센터장(전산학부 교수)

1월엔 뭔가 새로운 것을 떠올리게 된다. 새해 희망을 담아 올 해 계획을 세우거나 앞으로의 삶을 위한 깊은 생각에 잠기기 좋은 때이다. 연초에 스포츠센터가 붐비고 자기계발, 인문, 역사 책 판매고가 올라가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삶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 해 시작점에 서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길고 넓게 볼 수 있고 엉뚱한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대박나는 아이디어로 발전될 지 누가 알겠는가?

영어 알파벳 26자 중 가장 친숙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어느 것일까? 시대나 개인적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X가 아닐까? 우선 우리는 중학교때부터 수학시간에 변수 X를 배우기 시작했기에 어떤 알파벳 글자보다 많이 접해 꽤 친밀도가 높다. 고등학교 및 대학 수학에도 X는 가장 많이 나오는 기호 중 하나이고, 최첨단 뉴럴넷 기반 인공지능 학습 이론을 설명할 때도 고차원 벡터공간을 표현하는 X는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X가 미지의 값을 표현하기 위해 정의되었지만 X는 이공학 분야 밖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Computational X`라는 표현은 어떤 학문 X가 컴퓨터 기술과 접목이 되어 융합학문이 되는 경우 사용된다.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가짜 뉴스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계산사회학(Computational Social Science)과 같이 X에는 생물, 화학, 예술 등 거의 모든 학문 혹은 분야가 들어갈 수 있다. 필자가 카이스트에서 시작한 `AI+X 포럼`은 의료, 법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인공지능과의 만남을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하고 혁신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X가 갖는 미지성을 활용한 용례이다.

X는 대중적으로 사람의 주목을 끄는데도 자주 사용됐다. 1950-60년대 흑인 민권 운동가로 유명했던 맬콤엑스(Malcolm X)는 알 수 없는 아프리카 조상의 성을 반항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원래의 성 리틀(Little)을 X로 변경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이어진 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X-Men`은 1960년대 처음 발행된 만화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별한(eXtra) 힘을 가진 자들을 등장시키면서 시작됐다. 영화등급 19금을 미국에선 `X등급`으로 표시해 특별함을 넘은 극단적인 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 중 `X`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로 유명한 연구소 기업이다. 그 이름이 방정식의 미지수를 나타내는 X로부터 왔지만 개발하는 기술의 극단적인 성격을 표현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문샷 기술이란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기 위해 성공에 대한 확률과 무관하게 야심적이고 도전적인 투자를 하는 미래 기술을 지칭한다. `X공장`으로 불리는 이 자회사의 프로젝트는 에너지, 로봇, 농업 기술, 지구 환경, 의료, 통신, 사이버 보안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알파고를 개발해서 유명해진 구글의 `딥마인드`가 이 연구소 소속이고, 2022년 CES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조연설 때 데리고 나온 로봇 개로 유명했던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X공장`의 소속이었다가 현대차에 인수됐다. 최근 설립된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의 취지도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를 장려하자는 것이라 `X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X는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무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것과의 융합을 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X는 평범하지 않음을 표현한다. 2022년 새해이다. 팬데믹의 어두운 그림자를 딛고 우리 각자의 X는 무엇이어야 할 지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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