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입담과 풍자, 해학으로 성가를 올려온 소설가 김종광이 2년 만에 다시 독자 앞에 섰다. 지난 1763년 조선에서 일본으로 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떼거리 여정을 다룬 장편소설 '조선통신사 1·2'(다산책방)와 함께. 영조 39년에 떠나 '계미통신사'로 불리는 제11차 통신사의 좌충우돌이 뼈대를 이룬 작품으로 판소리와 마당극의 형식을 빌어 독창성을 높인 게 두드러진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 구조를 이끌어가되 종놈 삽사리와 소동(심부름꾼 소년) 임취빈, 군관 민혜수 등 10여 명의 인물이 소리꾼이 되어 그 때 그 때 1인칭
“정치인이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잘못 사용하면 그 역기능 또한 대단합니다. 대중을 저질화·규격화하고, 수동적 종속물로 보수화 시키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왕까지 진절머리를 하게 한 언론 3사(사간원·사헌부·홍문관) 인사권을 왕이 빼앗자 조선 왕조의 견제와 균형 장치가 무력화되면서 나라가 망했습니다.”박석흥 대한언론인회 편집위원장 겸 주필은 “언론은 정확한 정보 제공뿐 아니라 건전한 여론 형성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념 표현의 자유는 서로 다른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할 때 꽃 피
50대 중반인데 축구팀 라이트윙으로 뛰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이 평범한 체구의 충청도 사내가 그려온 성공 신화의 밑그림이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유의 순발력과 강한 추진력으로 싸카스포츠를 축구전문 멀티숍으로 성장시킨 오정석 회장. 1994년 설립된 싸카스포츠는 복합 브랜드 유통시장을 개척하며 취급 품목과 거래량이 국내 최대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오 회장은 젊은 시절 촉망받는 기획조정실 직원이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정글 같은 세계에 뛰어들었다. 오 회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도전과 창의 정신으로 생산과 유통을 넘나드는 매
24년 전인 1993년 12월 추운 겨울날 충남 부여 나성의 흙구덩이를 파헤치던 선한 눈매의 젊은 고고학자는 이제 국립제주박물관의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백제금동대향로를 발굴해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김종만 관장. 백제문화를 대표하는 걸작을 건져낸 그가 없었다면 충청인의 자긍심도 오늘날 만하지 못했으리라. 김 관장은 잠시 삽을 뒤로 한 채 국립제주박물관이 제주도민과 더불어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제주박물관은 상설전시실을 재단장·재개관했다. 김 관장은 "제주의 역사와
작품 세계와 삶의 지향점이 일치된 예술가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 아닐까?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 그런 경우다. 미협은 회원이 약 4만 명인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인 단체이자 충청권을 포함 전국 16개 시·도 지회 등으로 구성된 매머드 조직이다. 화폭에 '조화와 상생'을 담아온 이 이사장은 '희망을 현실로, 변화와 쇄신, 대화합'을 화두 삼아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그의 미협 운영의 방점은 '소통과 화합'에 찍혀 있다. '조화와 상생'의 또 다른 이름으로 들린다. 취임 뒤 전국의 지회·지부를 순회하며 '경청과 대화
지느러미가 탄탄하다. 진한 비린내가 풍긴다. '토종 과학자', '물고기 이야기꾼'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황선도 박사의 첫 인상이다. 서식처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서해지사, 그의 이름은 생태복원실장이다. 군산 갯벌 옆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서 이 문제의 해양수산과학자를 만났다.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황 박사는 과학과 인문학, 해양과 수산, 바다와 강, 군산과 서천을 오가며 거침없이 헤엄치는 중이다. 이질적인 것들을 허문 뒤 버무리고 녹여내 물고기가 살기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게 그의 업(業)이다. "저기, 서천이 보이시죠
2세 교육과 교육행정에 50성상(星霜)을 바쳐온 이 노(老)교육학자에게 최근의 교육 현실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신극범 전 대전대학교 총장은 공자의 '不在其位 不謨其政'(부재기위 불모기정·그 직책에 있지 않거든 정사를 논하지 말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 교육 전반에 대한 당부의 말을 했다. 쓴소리라기보다 애정이 담긴 조언이자 따뜻한 제안으로 들렸다. 신 전 총장은 "교육은 백년대계인 만큼 현실을 정확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실효성 있는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헌법과 교육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
'경찰 같지 않은 경찰'에서 '변호사 같지 않은 변호사'로 변신해 활약 중인 박상융 변호사를 만났다. 유례 없는 폭염 속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농성장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16층 회의실에서였다. '사람 냄새' 짙은 그를 찾는 전화와 의뢰인은 여전히 많았다. 일일이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는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민을 보면 해법이 나온다"며 "검찰과 경찰이 협력하고 공조해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먼
"'오페라를 즐겁게, 클레식을 즐겁게!'가 저희들의 모토예요. 즐겁게 연주하고, 관객은 더욱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르엘오페라단은 오페레타와 특별한 클레식 콘서트를 위주로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대전 출신으로 르엘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김경아 단장은 '즐겁게'를 유난히 강조했다. 오페라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애호가들의 사랑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 단장은 "어디서든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며 "기존의 오페라는 다른 오페라단에서
"베트남에서 근무할 때 우리나라의 장관 격인 베트남여성연맹 응우옌 티타인 화 주석과 면담한 적이 있어요. 한국인과 결혼하는 여성이 점점 많아지는데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한국인들에게 베트남 문화, 특히 우수하고 성실·근면한 여성상을 알려 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그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박낙종 한·베트남문화교류협회 부회장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펼치는 이유 중 하나다. 박 부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2012년부터 4년간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날씨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국민 기상캐스터'로 이름을 날린 조석준 기후변화저널 대표(전 기상청장)이다. 때이른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5일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마리나클럽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한마디 한마디가 강바람처럼 시원했다.- 날씨부터 묻겠다. 왜 벌써 푹푹 찌나. "날씨는 사람의 기분, 기후는 사람의 성격처럼 그 의미가 같은 듯 다르다. 둘의 관계가 사촌 정도 되겠지. 따라서 올 여름 날씨를 말하는데 있어서 기상적인 측면 즉, 날씨와 기후적인 측면에서 묻는 건 엄연히 다르다. 최근 20년 사이 여름이 길어지고 강
춘원 이광수가 한민족의 2대 인물로 숭배한 인물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도산 안창호 선생이다. '민족의 스승'으로 불리는 도산의 진실 정신과 통합의 리더십은 21세기에도 우리에게 절실한 덕목으로 다가온다. 김재실 도산 안창호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은 충남 천안 출신으로 50년 이상 도산 정신을 실천하고 알리는데 몸 바쳐왔다. 김 회장은 "도산 선생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선각자요, 정치지도자이면서 교육가요, 독립운동가다"라며 "선생의 진실과 통합 정신은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 먼저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해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6년 만들어진 유엔거버넌스센터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국제기구이다. 처음으로 한국에 설치됐다는 차원을 넘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설립 이듬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탄생한 건 의미심장하다. 11년이 흐른 지금 이 기구는 2015년 채택된 유엔의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국가 수준의 제도적 구성 및 전략,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이행하기 위한 유엔 회원국의 공공행정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박차를
"차기작? 사실 나도 궁금하다"라는 이 문제적 영화감독이 내디딜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이재용 감독은 충무로에서 독특한 존재로 손꼽힌다. 데뷔작인 '호모 비디오쿠스'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뒤 '정사'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섬세하되 절제된 이미지와 영상미가 눈을 시리게 했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에선 상상하기 힘든 실험성으로 관객과 평단을 놀라게 했다. 소재와 장르를 예측하기 어려운 '필모그래피(영화 목록)'를 만들어 온 그다. 꽃잎이 봄비처럼 쏟아지는 날 오후 이 감독을 서울 한남동에서 만
코스닥시장은 전세계 신시장 중 3위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인프라다. 셀트리온과 카카오, CJ E&M과 같은 IT·BT·CT 대표 기술기업이 상장된 '기술주 시장'이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장은 충남 서천이 고향으로 지방대학 출신으로는 드물게 핵심 요직에 올라 코스닥 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기업의 상장 및 관리, 매매거래 체결, 불공정거래 규제 등을 수행하는 '판관' 역할이 그의 몫이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주식시장을 넘어 벤처업계 등과 힘을 합쳐 국가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발굴·육성하고 지원하는 책무가 크다. 우직함
"항공정비사가 단연 유망 직종입니다. 무인항공기 운영기사와 회전익(헬리콥터) 정비사도 급부상할 것이구요.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합니다." '앞으로 항공 분야에서 어떤 직종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학교 이사장으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가냘픈 중년의 여성이 전문용어를 사용해가며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전영숙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이사장은 "항공 분야는 정비뿐 아니라 비파괴, 관광, 의전, 보안 같은 영역에서도 수요가 넘쳐날 것"이라며 "설립자는 올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기술인을 양성하고자 했다. 그 교
소설가와 사회평론가로 잘 알려진 복거일 선생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석학이다. 선생은 삶과 역사를 통찰하는 소설로부터 깊고 날카로운 사회 평론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경제·외교·안보 분야 등을 넘나들며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왔다. 충남 아산 출신인 복 선생은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에 따른 통합'을 강조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역설했다. 충청인들을 향해선 "모두 균형 잡힌 감각을 지니셔서 쏠림 현상이 좀 적다"며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세상이 어지럽다.
중앙정부의 대표적 인사통(人事通)으로 불린 김홍갑 성신여대 석좌교수의 변신은 놀랍다. 공직을 떠난 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으로 경영 능력을 발휘하는가 싶더니 우즈베키스탄에서 대통령 직속 국립행정아카데미 부총장으로 일하며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개혁을 주도했다. 귀국한 뒤 곧바로 대학 강단에 서서 '통일한국의 미래'를 강의하고 있으니 다역의 삶을 달리고 있다고나 할까. 김 석좌교수는 "학생들에게 통독(統獨)의 역사를 강의하며 남·북한의 통일 정책과 향후 통일방안을 소개하고, 통일된 한국의 밝은 청사진을 제시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전이 고향으로 천동초등학교와 충남중·충남고를 졸업했다. 고교 3학년 때 한쪽 팔이 마비되는 증세로 1년 넘게 온갖 고생을 한 뒤 서울시립대학교에 진학했고, 재학중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에서 공직에 입문했다. 옛 총무처와 행정자치부 등에서 고시과장과 교육훈련과장·인사과장·인력개발국장·인사정책국장·인사실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인사관련 부서를 섭렵하며 책임을 맡은 사례는 중앙부처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겸손한 성품에 남다른 균형감을 갖춰 인사 업무 1순위로 발탁되곤 했다. 우리나라 공무원 인사를 혁신하고 특히 새 제도를 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건 하나둘이 아니다. 교통사고에서부터 붕괴, 폭발, 화재, 사이버테러, 감염병, 조류인플루엔자(AI), 호우, 강풍, 폭염, 산악사고 등에 이르기까지 자연·사회적 재난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출범 3년차인 국민안전처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안전 총괄기관이다. 위상과 역할이 막중하건만 국민이 느끼는 존재감은 다소 다르다. 꼭 있어야 하되 평소에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물이나 공기 같은 존재라고 할까. 더욱이 차관은 부처의 2인자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위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