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충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후배들에게 면목 없고 국민들께 죄송"

이재환 심장내과 충남대병원 교수. 충남대 의대 비대위 제공
이재환 심장내과 충남대병원 교수. 충남대 의대 비대위 제공

충남대병원의 한 교수가 '의대증원 2000명'에 반발, 공식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했다.

지역 의료서비스의 하락을 우려한 재검토 요청이 수용되지 않으면서, 무력감에 놓였다는 것이다.

26일 충남대 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이재환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총장님과 병원장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이제 교수직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그간 부족했던 저를 믿고 지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씀을 먼저 올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간 저는 필수의료의 한 분야에서 저와 저의 팀이 최고의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매년 100일 가량 당직을 서면서 급한 환자가 왔다는 연락을 받으면 부리나케 뛰어나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저를 지탱해왔던 교수로서의 자부심, 보람, 책임감은 무력감과 자괴감, 절망으로 바뀌었다. 2000명 증원 후의 대한민국 의료가 어떻게 망가질지 뻔히 알기에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 속은 가득 차 있다"며 "이건 정말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통하지 않는 현실에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후배들에게 면목 없고 국민들께 죄송할 따름이다"며 "위기를 넘긴 환자와 안도하던 가족들의 모습들을 위안 삼아 그럭저럭 순응하며 살아왔던 제 인생에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또 "사직서가 정상적으로 처리될 때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환자 분들을 돌봐 드릴 것"이라며 "저를 믿고 아픈 몸을 맡겨 주신 환자와 가족분들께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하는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끝으로 충남대 총장과, 병원장을 향해 "이 사직서는 외부의 간섭 없이, 저 자신의 건강과 환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로지 제 개인적인 결정에 따라 작성한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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