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쌤의 교과서 밖 과학터치]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 키워드 `끈기와 열정`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X선을 처음으로 발견했고, 이를 사진원리와 접목한 `X선 사진`을 발명해 1901년 최초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X선 발견은 뢴트겐 혼자 만의 성과가 아니다. 전자장치의 기반이 되는 음극선관의 기원이 된 크룩스관과 가이슬러관, 보일의 공기펌프 기술이 없었다면 뢴트겐의 X선 발견은 불가능했다. X선은 수천 년간 많은 사람들이 이뤄 온 발견과 발명, 그 원리들의 거대한 집합체 위에 뢴트겐의 발견과 아이디어가 더해져서 탄생됐다.

이처럼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발견은 한순간에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다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한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창조는 지식과 원리들이 거대하게 축적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뒤 거기에 새로운 생각을 보탤 때 가능하다. 때문에 우리 사회는 거인의 어깨를 마련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수 년 동안 과학전람회나 과학탐구대회를 지도하면서 대회가 끝나는 동시에 학생들의 탐구가 끝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꾸준하게 탐구하는 학생이 그만큼 드물다는 이야기다. 학생들이 성장해서 과학자가 되었을 때의 태도는 어떠할까? 그동안 학교에서 어떠한 과학적 태도를 가르쳤는지 반성해 본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끈기와 열정이다. 이들은 단기간의 성과 보다는 오랜 기간 꾸준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구했다.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매진하는 수상자들의 이야기는 과학이라는 학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 학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 볼 대목이다.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가치있는 발견을 하려면 기존 틀에서 벗어난 통찰력도 필요하다. 새로운 방법론이 도입돼야 하는 까닭이다. 물론 새로운 일과 도전은 주위의 저항과 거부에 맞닥뜨리기 쉽다. 이런 상황을 견디며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전진하려면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바바라 맥클린톡은 유전학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만한 뛰어난 발견을 하고도 인정받지도, 심지어 이해되지도 못한 채 30년의 세월을 묻혀 지냈다. 전이인자의 발견은 환경이 유전인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는데 유전자가 유기체를 절대적으로 결정한다는 유전학의 핵심 교리를 거스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원금도 거의 받지 못한 채 연구를 수행해야 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수상 과정과 배경, 업적 등에 대한 이해 과정은 과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통합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5 과학과 교육과정의 `통합과학`이 밝히고 있듯이 과학적 사고력과 과학적 탐구능력, 과학적 문제 해결력,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 등의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것은 곧, 통합적 이해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초 소양을 기르는 것이다.

따라서 20-30년 후 노벨과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환경 여건을 조성하고, 자기주도적 과학 탐구활동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 노벨과학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책 `노벨상을 꿈꾸는 과학자들의 비밀노트(한국과학재단)`에서 저자들은 보이지 않는 현상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실패에 친숙해지고, 끊임없이 사고를 확장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선택하고 나아가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또 그것이 곧 프로정신이고 경쟁력이며, 성공이라는 열매를 거둘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조언은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 뿐만 아니라 인문계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대전 보문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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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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