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종교학적 이해

보통 사람들은 종교를 성스러운 것이라고 여기고, 엄숙하고 경건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종교를 웃음과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한다. 인간에게 벌을 주는 무섭고 엄한 존재, 인간을 넘어서 있는 지고한 일자(一者)에 대한 외경심으로 사람들은 종교를 인간의 삶과는 동떨어진 어떤 것으로 여긴다. 이는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 종교라고 할 수 있는 불교와 그리스도교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불교의 종교학적 이해`의 저자는 이런 종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에서 웃음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성`의 회복이며, 웃음은 종교 간 팽배해 있는 배타주의를 비롯한 모든 갈등의 해결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과학과 종교의 관계이다. 저자는 지금껏 종교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나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즉, 과학의 발달은 인간성의 파괴와 함께 생태계의 파괴를 조장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간주하는 부정적 시각으로 일관돼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세기에 들어서 과학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시각이 교정되고 있으며, 오히려 일부 학자들은 종교와 과학의 창조적 만남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또 21세기 과학문명 시대에 종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고찰하며, 과학시대의 종교는 비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모습을 벗어나는 탈신화화의 과정을 계속해서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화적이며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교리는 탈신화화의 작업을 더욱 요청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스도교가 자신의 교리와는 거리가 먼 지동설과 진화론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본다.

종교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종교와 종교, 종교와 과학의 담론들을 융합하고 종교와 현대사회 관계를 재정립하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박영문 기자

최종석 지음/ 민족사/ 456쪽/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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