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들입니다. 뭐 하러 개, 돼지들에게 신경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논설주간인 이강희(백윤식)가 재벌의 면전에서 내뱉은 대사다.

이 영화 대사는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 돼지` 발언으로 온 나라를 들 쑤시면서 지난해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올랐다.

영화를 보면서 씁쓸했던 이 대사를 국민들이 쉽게 넘길 수 없었던 것은 막말의 당사자가 시정 잡배가 아니라 나라의 녹을 먹는 교육부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번엔 급식조리노동자와 간호조무사들의 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발언이 나라를 또 한번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29일 비정규직 파업 노동자들에 대해 `나쁜 사람들` `미친XX` `밥 하는 아줌마`, `간호조무사보다도 못한 요양사 정도`라는 격한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해서다

이 부대표는 사적인 대화가 몰래 녹음돼 기사가 나간것으로,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도 "경위가 어찌됐든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11일 오후에는 `전국 간호조무사분께 드리는 사과의 글`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 정규직 노동자들은 "아무리 사적 대화라고 해도 나라의 녹을 먹는 의원님이 막말을 하면서 이렇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냐"며 "이미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그 못이 제 가슴에 빠지겠냐, 용서할 수 없다"며 이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세 치 혀`라는 말처럼 정치권만큼 이 말이 잘 맞아 떨이지는 곳도 없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말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정치인은 말이 생명이다. 말로 살고 말로 죽는게 정치인이니 입안에 오물거리는 말의 65%는 하지 말라"고 하소연을 했겠는가. 정치권에서 막말의 논란을 빚었던 정치인은 대개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냉혹한 심판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이를 일찍이 안 중국 오대십국 시대의 정치가 `풍도(馮道)`는 혀를 소재(`설시`)로 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해치는 칼이다. 입을 다물고 혀를 잘 간수하면, 어디에 있든 몸이 편안하리라.`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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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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