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는 국민의 피를 짜내듯이 걷은 세금을 말한다. 매우 소중해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세금을 혈세라고 표현한 것이다.

최근 청주시에서 국민의 피를 짜내듯이 걷어 들인 혈세 232억 원이 투입된 `신재생에너지화 및 하수 슬러지 감량화 시설`이 가동 3개월 만에 멈춰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 시설은 청주시가 2013년부터 하수 슬러지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그 대안으로 도입키로 결정했다.

이에 시는 2015년 3월에 착공, 지난 4월 13일 이 시설을 준공했다. 시는 이 시설에 총 232억 8100만 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 시는 준공 당시 전국 최초로 열가수분해와 고온혐기성 소화공법으로 슬러지를 감량해 하수처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1일 이 시설의 가동이 돌연 중단됐다. 이유는 하수 슬러지를 분해하는 혐기성균(공기가 거의 없는 곳에서 번식하는 균)이 죽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기간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를 소각하거나 위탁 처리하는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시설 재가동을 위해 혐기성균을 새로 들여오는 비용이 5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시설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 시설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일각에선 하수처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최신 공법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운영 실적이 없는 검증되지 않은 공법을 무리하게 도입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환경부의 업무지침에도 국내에서 1년 이상 운영 실적이 없는 공법을 도입할 경우 성능 확인이 가능한 최소 규모의 시설을 시범 설치해 성능 확인 후 확대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는 이 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하게 2개 소화조를 동시에 건설했다. 230억 원이 넘는 막대한 혈세를 아무런 검증 없이 묻지마식 투자를 한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청 안팎에서는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공법을 무리하게 강행한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이에 청주시와 감사원은 이 시설의 설계 단계부터 업체 선정까지 모든 과정을 살펴 혈세 낭비는 없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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