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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희미해질수록 피의 감각은 선명하다 '살인자의 기억법'

2017-09-07기사 편집 2017-09-07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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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스크린에서 만나게 됐다.

이 영화는 기존에 연쇄살인범을 다뤘던 많은 국내외 장르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그 설정부터 파격적이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은퇴한 연쇄살인범이라는 신선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세상에 불필요한 쓰레기들을 청소한다는 명목으로 오랜 세월 살인을 저질러온 '병수'(설경구)는 17년 전 연쇄살인을 그만두고 수의사로 평범한 삶을 살아오다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된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녹음하고, 매일의 일과를 일기로 기록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우연히 마주친 남자 '태주'(김남길)에게서 살인자의 눈빛을 읽어낸다.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 우연히 자동차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경찰에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신고하지만 태주가 그 경찰관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은희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병수는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진다.

파격적인 설정으로 시작한 영화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조각난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며, 새로운 서스펜스를 제시한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과 쌓여가는 기록, 망상과 현실을 그리는 '병수'의 이야기는 '태주'의 등장 이후 급속도로 서스펜스와 스릴을 오가며 거침없이 흘러간다.

신선한 소재와 설경구, 김남길, 오달수 등 쟁쟁한 배우들의 합이 더해졌다는 것에 기대감이 높아서일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전개가 지속되는 스토리에 몰입하다 알츠하이머 환자로 분한 설경구의 눈빛은, 오히려 연극처럼 과도하게 느껴져 극의 흐름을 부자연스럽게 이어가고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한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겪어야 하는 혼돈을 순간적인 눈빛으로만 메우는 설경구의 연기는 오랜만의 대작에 선 그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반면 김남길의 눈빛 연기는 설경구와 대조되면서 극의 중심을 쥐고 간다. 오달수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파출소 소장이자 병수의 오랜 친구 '병만'으로 분해 천만 배우다운 관록의 내공을 보여준다. 그는 병수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나타나 살뜰히 챙기는 병만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며 장르의 분위기에 변주를 주는가 하면,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경찰관의 날카로운 면모를 천의 얼굴에 담아내며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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