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지에서 콜센터를 차린 뒤 보이스피싱으로 12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받아 챙긴 일당 수 십 명이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 일당은 특히 일반승객 없이 오직 필리핀으로 도피한 범죄자들만 송환하기 위한 전세기에 탑승, 국내에서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충남지방경찰청은 해외에서 보이스피싱을 하며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현지에서 검거된 박모(36)씨 등 21명을 국내로 송환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공공기관·금융기관을 사칭하며 91명으로부터 총 12억원에 달하는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필리핀에 콜센터를 꾸린 뒤 검사, 혹은 검찰 수사관 등을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현장에서 당신의 통장이 발견됐다. 관련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금 보유중인 자금을 국가 감시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고 말하며 범행 계좌로 송금을 유도했다.

피해자들은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결혼을 한달 앞뒀던 피해자 A씨는 지난해 7월 이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6차례에 걸쳐 총 6770만 원을 송금했으며, B씨의 경우 7차례에 걸쳐 2600만 원을 이체하기도 했다.

피해 사실을 잇따라 확인한 경찰은 지난 3월 수사에 착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지난 5월 필리핀 현지에서 이들 일당을 전원 검거했다. 이후 국내 송환을 추진해 이번에 전세기를 활용해 이들 일당을 모두 국내로 호송했다. 경찰은 이들 전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모두 한국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완벽한 범행을 위해 시나리오를 반복해서 훈련했을 뿐 아니라, 범죄라고 의심하는 피해자들에게는 `구속하겠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노세호 충남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붙잡은 적은 처음"이라며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여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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