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어제 3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에 덧붙여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되는 재보선 출마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이로써 안 지사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일련의 시나리오는 힘을 잃게 됐으며 내년 6월 말 임기 종료와 함께 야인으로 돌아갈 게 확실시된다. 재보선 도전 문제의 경우 일각에서는 당 차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나 안 지사는 도정 마무리에 방점을 찍었다. 3선 불출마와 재보선 출마를 놓고 상호 교환 카드로 인식하고 있지 않음이 엿보인다.

안 지사는 3선 도전과 재보선 출마라는 손 안에 든 것과 다름 없는 2개의 카드를 내려놓았다. 정치인 생리상 하나를 버리면 다른 하나를 취하기 십상인데 안 지사는 한꺼번에 비우는 결심을 했다. 같은 민주당 내 다른 단체장들 행보와 비교되는 동시에 차기 경쟁에서 한발 쳐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안 지사가 재선 지사로 마침표를 찍기로 결심한 데에는 그럴 만한 사유가 내재돼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3선 불출마는 차기 대선과 맞물리는 정치 일정이다. 3선 지사 신분으로 5년 뒤 대선을 치르는 것은 일정한 제약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결심하는 게 맞으며 이를 수용한 결과가 3선 불출마라고 보면 된다. 그가 내년 재보선과 한발 거리를 두려는 것도 향후 정국 변수들을 염두에 둔 판단작용이라 할 수 있다. 내년 여름 당권 도전을 목표로 국회 입성이 관측되기도 했지만 그림대로 상황이 굴러간다는 보장이 없고 무엇보다 정치적 실익이 불투명한 마당이라면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차기 대선까지는 마라톤 레이스이고 초반에 속도를 올리면 피로감이 누적된다. 남들 달리는 것에 괘념하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숙성의 시간을 갖는 게 남는 장사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내년 정국은 굵직굵직한 불확실성 요소들이 충돌하게 돼 있다. 개헌 관련 권력구조 개편, 행정수도 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지방선거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안 지사는 그후 열릴 정치적 공간을 읽은 뒤 할일을 모색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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