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6·12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언론은 부정적 평가를, 중·러와 국내 일부 언론들은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큰 관심과 기대를 한 우리나라 많은 국민과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실망을 금지 못 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기자회견장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그동안 협상의 기술자라고 트럼프에게 기대했던 모든 사람에게 실망하기에 충분했던 결정적 실수였다고 본다.

6·12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회담 목적, 미국과 동맹국 국익, 인간사 공통 가치인 자유 평화와 인권, 생명존중 사상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은 강력한 대북제재로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던 김정은 세습체제의 SOS였고, 살려만 준다면 3대 세습으로 보검(寶劍)으로 여겨왔던 핵무장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북핵폐기)를 이루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미북 공동합의문에는 CVID 대신 `조선반도 완전한 비핵화로 향해 노력한다`라는 표현으로 대신함으로써 김일성시대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미군의 핵우산 철폐, 미군철수 등)가 CVID를 대신함으로써 회담목적 달성에 실패했다고 본다. 비록 후속 회담 등이 이어진다고 했지만, 첫 단추를 잘못 낀 결과는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는 동창리 ICBM 실험장 폐쇄에 대한 김정은의 언급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데, 핵 및 미사일 실험장은 경험과 기술이 있는 한 언제 어디서나 재개할 수 있다.

또 다른 평가는 국익과 관계된다. 미국은 미우선주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전략에 따라 회담을 진행했고, 그 결과도 트럼프식 국익에만 치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ICBM 실험장 폐쇄 약속에 만족하면서 한미연합훈련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것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국익에 반할 뿐 아니라 동맹국 국익에는 전혀 안중에 없었다고 본다. 이 문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한 주한미군과 한미연합방위체제로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포함된 양국 통수기구인 NSC를 통해 한미국방장관 회의(SCM)-한미군사위원회(MC)-한미연합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지휘구조에 따라 한미정상 간, 그리고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간 사전에 반드시 협조해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그래야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조약 체결의 목적은 물론 한미가 궁극적으로 지향해 온 국익에 부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론 지구촌 사람들의 공통 가치인 자유 평화와 인권, 인명 중시 사상의 기준에서 평가이다. 김정은은 세습체제 유지나 우상화에 조금이라도 훼손이 되는 자들에게 누구든지 숙청을 감행했고, 해외 파견 노동자 임금 착취, 마약 및 위조지폐, 납치, 사이버 등 각종 도발 등 악행을 거듭해 왔다. 아울러 6·25 불법 남침으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케 했고, 전쟁포로와 행불자에 대해 국제적십자가 정한 규칙 등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악의 축이라는 불명예를 계속 받아 왔다. 이러한 악행에 사과와 응당한 조치도 없는데도 트럼프는 자신의 국내정치적 입지(탄핵, 중간선거, 재선 등) 때문인지 김정은을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대우는 물론, 글로벌 가치 기준에서 지도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과잉 칭찬을 했다. 심지어 적장이라고 할 수 있는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장관급)에게 거수경례를 해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CVID 회담 목적, 동맹국의 국익, 자유평화, 인권 및 인명존중 등 보편타당한 인간사 가치기준으로 불 때 보통국가의 정상회담이라기보다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자국의 국내정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동맹국 한국을 우습게 보고 한국안보에 대해서는 전혀 안중에 없는 철저하게 한국을 패싱한 회담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밖에 없다. 이윤규 함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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