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실태 대전·충남 전국 평균 상회

#1. A(16)군은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재미로 도박인 스포츠배팅과 사다리를 시작했다. 도박의 맛을 알아간 이후엔 지난 한 달간 매일 도박을 했고 최대 500만 원을 따기도 했다. 도박에 배팅 할 돈이 모자라자 부모님의 휴대폰과 지갑에 손을 댔고 친구들에게서 돈을 뺏기도 했다. A군은 도박으로 인해 1000만 원 가까이를 잃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지만 A군은 도박을 끊지 못했다. A군은 "처음 도박을 했을 때 큰 돈을 땄고 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다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는 거 같아 도박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2. B(17)군은 친구가 소개한 사다리 게임을 시작한 후 한 번에 100만 원을 땄다. 일주일에 평균 5일을 도박에 매달렸다. 1000만 원 가량을 도박에 쏟아붓고서도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려 돈을 갈취하는 등 2차 범죄까지 저질렀다. B군은 사기죄로 고소까지 당했다. 성적 저하 등 학업성적 불량으로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이 발생했고 도박 문제를 추궁하는 부친과 사이가 틀어져 가출까지 감행했다. B군은 결국 재판에 회부돼 청소년 위탁시설에서 5주간 도박 중독 치료를 받았다.

대전·충남 청소년 도박문제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전 청소년 도박 문제군 비율이 1.8%, 충남 청소년이 1.5%로 전국 청소년 도박 문제군 평균(1.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군은 도박 중독으로 시급하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최상위 레벨이다. 17개 시·도 가운데 도박 문제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3.7%)였으며 광주(2%)가 뒤를 이었다. 이어 대전·전남(1.8%), 울산·강원(1.7%), 충남(1.5%) 등의 순이었다.

또 재학 중인 청소년보다 학교 밖 청소년이 도박 중독 비율이 9배나 높았다.

재학 중 청소년의 도박 문제군 비율은 1.1%에 불과했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9.2%에 달했다. 전국 재학생 276만 명 가운데 문제군은 3만 명, 위험군은 11만 명으로 추정된다.

처음 도박에 발을 들이게 된 요인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라고 응답한 청소년이 48.9%로 가장 높았으며, `친구나 선후배의 소개`라고 답한 이들이 28.2%로 뒤를 이었다.

처음 도박을 시작한 나이는 17-19세가 60.6%로 가장 많았으며 14-16세가 35.2%, 13세 이하도 4.4%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도박 기간은 1-3년이 41.4%로 가장 많았으며 3년 이상도 17.6%나 됐다.

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 관계자는 "최근엔 스마트폰 게임이 사행성인 확률형 아이템을 사도록 조장하고 있다"면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도박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학교차원에서 도박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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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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