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까지 대전시 동구 소제동 소제창작촌에서 진행되는 2018 소제창작촌 레지던시 7기 입주작가 `Archive Project 展 Ⅱ`전시 덕분에 프랑스에서 온 두 명의 작가를 만나게 됐다.

아홉살까지 강원도 강릉시의 철도관사촌에서 살았던 권수지 작가와 프랑스 레지던시 `에셩제22` 교류작가 기욤 발보리니 작가다.

20살 때 프랑스로 건너가 거주중인 권 작가와 프랑스인 기욤 작가는 낡고 오래된, 일부는 곧 사라질 마을 소제동에 약 한달 간 머물며 작업을 진행했다.

권 작가는 소제동을 보고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커다란 포크레인이 집을 부수는 모습을 가족과 함께 바라봤던 기억이 소제에서 되살아났다. 권 작가는 이곳을 두고 "여러 욕망이 섞여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 부동산 수익을 노리고 소제에 자리잡기 시작한 사람, 낡고 오래됐지만 이곳의 주민들과 마을의 모습을 지키려는 사람 등 다양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 소제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기욤 작가는 점점 비어가는 소제동의 건물과 공간에서 영감을 얻었다. 누군가 숨을 쉬고, 만들어냈을 먼지와 곰팡이, 갈라진 벽들에서 소제동 사람들의 흔적을 느끼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아름다운 호수 소제호를 매립해 세워진 소제동 위에 또다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지금도 도로확장공사 관사 건물을 비롯한 일부 건물들이 허물어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자전거 한 대도 지나기 어려운 꼬불꼬불한 골목길에는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소제동 주민들이 저녁마다 모여 맥주 한 캔을 기울였던 정원슈퍼는 건물 잔해가 됐고, 그 근처엔 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소제창작촌은 이곳에서 수년간 이 작은마을 소제동과 이곳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수차례 진행했다. 그곳의 예술적 움직임이 주민들의 일상에 소소한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꽤나 오랜시간 이곳을 지켜온 소제창작촌 역시 언제 이곳을 떠나야 할 지 알 수 없다. 그저 묵묵히 이 마을을 예술로 기록해 나갈 뿐이다.

이제 예술의 차원을 넘어 철도관사건물의 보존, 소제창작촌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등 소제동이 가진 역사·문화·예술적 유산들을 기억하려는 대전시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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