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밀폐형 스크린도어 문제는 2010년 행감에서도 지적됐지만 여태 개선안돼

대전도시철도 1호선 정부청사역 스크린도어가 상당부가 뚫려져 있는 반밀폐형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빈운용 기자
대전도시철도 1호선 정부청사역 스크린도어가 상당부가 뚫려져 있는 반밀폐형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빈운용 기자
대전도시철도 1호선 일부 승강장에 화재 초동시설인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전시와 대전도시철도공사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시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도시철도공사는 수년 전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를 지적받았지만 현재까지 미온적인 대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시와 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도시철도 1호선 22개역 중 9개역 열차 승강장에 화재 초동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미설치된 역사는 판암, 신흥, 대동, 대전, 서대전네거리, 용문, 탄방, 시청, 정부청사역이다.

승강장 스프링클러 미설치의 주된 이유는 `반밀폐형` 스크린도어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고압전선 등 주요시설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문제는 수년 전부터 지적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철도공사는 2010년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밀폐형 스크린도어에 대한 개선 요구를 받았다.

당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보면 "지하철 역사가 현재 반밀폐형으로 미세먼지 기준치는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재원을 마련해 완전밀폐형으로 스크린도어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도시철도공사는 "9개역의 반밀폐형 스크린도어를 완전밀폐형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15억 원의 예산이 소요돼 즉시 개선하기는 어려우나 개선방안을 지속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적시됐다.

수년간 시와 도시철도공사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행감 이후 8년이 흐르도록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면서도 "다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안된 역사에는 연기감지기, 소화전, 감시모니터 등이 모두 설치됐다"고 해명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시가 이 같은 사안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문제 제기 당시 시 관계자는 "소방과 관련된 일은 대전소방본부에서 확인해 볼 사안"이라며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안전을 우선하겠다는 취지에 민선 6기 재난·안전 등을 전담하는 시민안전실이 설치됐지만 사실상 허울뿐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시민 박모(35)씨는 "그동안 지하철을 타면서 왜 스프링클러가 없는지 의아했다"며 "지하의 화재는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대구에서 발생한 지하철 화재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냐.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허태정 시장은 "안전에 관련한 사안은 어떠한 사업보다 우선적으로 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이른 시간내 설치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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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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