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출신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어제 34년 간의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1년 6개월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을 이끌어왔다. 김 전 부총리 퇴장은 지역민들에게 적잖이 아쉬움으로 남게 됨을 부정하기 어렵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와의 불협화음이 증폭되지만 않았으면 충분히 더 장수할 수도 있었을 터이나 현실이 그의 뒤를 받쳐주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공직이력·연표를 보면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해에 입법고시, 행정고시를 잇달아 패스한 것도 이례적이고 이듬해 당시 EPB(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해 지난 2014년 7월 국무조정실장(장관급)까지 올라 재직중 돌연 사의를 표명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인물이다. 이후 대학 총장으로 2년 2개월을 재직하던 중 현 정부 초대 부총리로 전격 발탁돼 공직에 컴백함으로써 자신의 건재함과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김 전 부총리는 공직을 떠났지만 그를 그냥 놔두지 않을 듯 하다. 특히 일각에서 특정 정당 영입설이 나돌 정도라면 그를 주목하는 눈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에 떠도는 일련의 소문에 대해 선을 그었다. 자신은 현 정부 초대 부총리라는 사실에 강조점을 찍는 한편, 소시민으로 돌아가겠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가볍게 운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 입장에서 김 전 부총리는 경쟁력 있는 카드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자연히 탐을 내고 내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자중하는 게 맞다.

정치권에 섣불리 발을 담갔다간 본전도 못 건지는 수가 있다. 뿐만아니라 특정 정파에 소속하는 순간, 정적이 생기게 돼 있고 시쳇말로 그들과 백병전을 불사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생존이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런 영역에 그는 부합하지 않는다. 김 전 부총리 같은 인적 자원은 나중에 또 쓰임이 있을 수 있다. 민심이 그를 `소환`한다면 그 때 움직여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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