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중 혜광 스님
원중 혜광 스님
많은 분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여기에는 나와 가족, 때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행복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목표들이 많이 포함돼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목표가 성공하지 못하고, 써 내려가다 멈춘 플래너와 함께 스러져가는 것을 적지 않게 경험하고는 한다.

왜 그럴까?

목표 달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견고한 마음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목표를 성공시키려면 그에 맞추어 마음을 결연히 하는 실천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빠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주변의 사소한 조건과 나의 욕구가 결탁해 아주 쉽게 합리적 변명을 만들고, 그에 따라 나의 목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초가 약한 곳에 무거운 콘크리트를 부으니 밑부분이 의외로 간단히 흔들리면서 와르르 무너지는 모양새인 것이다.

그렇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음공부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화암사가 신도분들께 작년과 올해 역점을 두고 강조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명상의 보급이다. 명상의 효과를 보면 스트레스 완화와 그를 통한 완전한 휴식,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행복을 찾는 것이 강조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명상을 수련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평정한 마음이 유지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중요한 느낌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상태에 익숙해지면 평소 생활을 할 때도 자신의 목표가 더욱 또렷이 떠오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명상을 꼭 해볼 것을 권한다.

명상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큰 깨달음을 얻은 방법과 과정이 유사하다. 그런 까닭에 불교 수행의 하나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나 다양한 종교에서 묵상의 형태로도 이뤄지고 있고, 미국에서는 명상 열차, 명상 버스까지 있다고 하니 불교의 색채로만 볼 필요는 없다.

명상은 받아들임, 알아차림, 놓아버림, 내맡김, 나눔 등 다섯 가지 덕목을 삶에서 꽃피우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으니 그 내용을 참조한다면 지금 있는 자리에서도 수행을 할 수 있다. 다만 명상이 유행하다 보니 깊이가 없는 수련 안내 정보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에 보면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관련해 `나에게 속는다`는 표현이 있다. 한 예로 우리는 5감의 만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했음에도 과식을 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여기서 내가 만족시키고자 했던 5감은 내 자신일까? 아닐까? 당연히 5감은 내 자신, 즉 참나가 아니다. 본래의 내가 내 신체의 일부인 5감, 또는 5감의 즐거움에 속은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하여 아침 5시 반에는 꼭 일어나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실천이 힘들다. 우리는 5시 반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6시 반에 일어나는 것을 합리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게을러지려고 하는 이 마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 또는 이 마음이 곧 내 자신일까? 여기서 게을러지려고 하는 내 마음은 본래의 나의 성품이 아니다.

나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명상을 해볼 것을 권한다. 나에게 속으면 소중한 목표달성은 점점 어려워질 테니 말이다.

명상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 독서다. 화암사에도 독서모임을 하는 동아리가 있어 옆에서 자주 보면서 얻은 결론이다. 이 동아리에서는 서로 약속된 독서노트를 만들어서 자신의 느낌과 각오를 수시로 기록하기도 하고, 리더가 주제를 던지면 그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을 치열하게 주고받기도 한다. 치열한 이유는 생각이 다르고 업(karma)이 다른 까닭에 같은 책을 보고도 해석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독서노트에 필사하는 과정과 회원 간의 문답 과정은 우리의 마음의 조절 능력을 자신도 모르게 향상 시킨다.

올 한해도 독자님들의 명상과 독서를 통한 마음공부를 추천한다. 작년과 같은 생각 패턴으로는 새로운 것을 이루기란 무척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과 독서라면 내 자신에서 일어나는 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 또 내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랑할 것인지를 성찰해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원중 혜광 스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