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세계의 주목 속에서 인류역사의 또 다른 신기원을 세우려는 비전을 가진 젊은이들이 주도한 우주 이벤트가 달에서 진행됐다.

그들이 달로 보낸 인공물체에는 `Small Country, Big Dreams`라고 쓰여 있었다. 30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과 자국 국기, 독립헌장, 성경책, 홀로코스트 생존자 녹음 등이 담긴 타임캡슐도 실려 있었다.

히브리어로 `창세기`라는 뜻의 다소 대담하고 종교적인 색체의 이름을 걸고 이들이 도전한 새로운 역사는 바로 순수 민간자금을 지원받은 민간조직에 의한 인류 최초의 달 착륙시도였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젊은이로 구성된 SpaceIL이라는 비영리기관이었으며, 달로 보낸 것은 중량이 600㎏가 안되는 소형 무인 달착륙선 `베레시트(Beresheet, `태초에` 라는 뜻)`다.

베레시트는 아폴로 11호의 착륙 지점인 고요의 바다에 착륙을 시도했지만 연착륙을 위한 방향과 속도를 확보하지 못해 달 표면에 충돌한 것으로 발표됐다. 비록 미완의 성공에 그쳤지만 인류의 역사에는 큰 이정표를 남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나서 "첫 번째 성공하지 못하면 또 시도하면 된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고,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청장도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하기 위한 모든 시도는 우리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스라엘과 SpaceIL이 이뤄 낼 미래의 성과를 축하할 것을 고대하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원래 구약성서의 시작인 창세기는 기독교적 역사관에 근거해 천지창조를 통한 세상의 기원과 아담과 이브로 시작되는 인류의 기원, 유대민족의 족장시대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기원전에 이미 수차례 나라를 빼앗겨 이집트나 앗시라아에 노예로 팔려갔다. 기원전 70년에 로마제국에 재차 나라를 빼앗긴 후, 예루살렘에 남아 노예 같은 생활을 한 유대민족의 대부분이 전 세계에 흩어져 나라 없이 2000여 년을 보냈다.

유대 지역은 유대인들의 오랜 숙적인 `필리스틴(블레셋)`의 이름을 딴 팔레스티나로 지명이 바뀌어 이스라엘 독립 전까지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 등 다양한 국가와 이방민족들의 통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신앙에 근거한 특유의 가정교육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살아남아 미국을 포함해 세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족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오니즘이라는 민족자결정신으로 결속을 다진 유대인들이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1948년에 이스라엘 정부와 국가를 건설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국토를 갖게 된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우주탐사분야에 있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던 나라였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독특한 지정학적 배경을 가진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2000만 불이 걸린 구글(Google) 프라이즈 재단의 달 착륙 경연인 루나 X-프라이즈에 도전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SpaceIL이라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현지 기업가 등으로부터 9800만 불을 지원 받아 달 탐사에 도전해, 이스라엘을 달 착륙을 시도한 세계 네 번째 국가의 반열에 올려놨다. 달 표면 연착륙에 성공했더라면 세계 최초의 민간 달 착륙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오랜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달 착륙에 도전한 이스라엘 젊은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도전을 두려워하며 경제적 안정을 최우선시 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베레시트`와 같이 새롭게 과감한 시도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Small Country, Big Dreams`이 우리의 캐치프레이즈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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