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잇단 비극을 접하는 마음은 씁쓸하다. 충청권에서 발생한 사건은 아니라지만 도무지 다른 지역 일 같지가 않다. 어제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1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관리비·통신비 등을 수개월째 납부하지 않은 걸로 보아 합리적 추론으로 보인다. 어린이 날인 지난 5일에는 일가족 4명이 차안에서 사망한 가운데 발견됐다. 빚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고 보면 국민의 기본 생존권이 무엇인 지 되묻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기초생활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법석을 떨어왔다. 하지만 최근 생활고와 관련한 비극이 이어지는 걸 보면 말에 그친 건 아닌 지 의문이 든다. 일가족 4명 사망 사건의 경우 숨진 남편 A씨의 부채 규모가 7000만 원이었다고 한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는 추정이지만 부부가 거의 동시에 직장을 잃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을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직을 했다면 납입변제금을 크게 줄여 재기할 방안이 있었을 텐 데 이런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듯해 아쉽다. 전문기관 상담 같은 길을 왜 찾지 않았는 지도 안타깝다.

민생과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에서 5년 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8위인 국민행복 수준을 20위로 높이겠다고 했다. 목표를 이루려면 중하위 계층의 행복지수를 향상시켜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범위를 넓히고 생계급여액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다. 특히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찾아내기 어렵다고 손을 놓아서는 비슷한 사태가 되풀이 된다. 애꿎은 어린이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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