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부모들만큼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남다른 곳이 또 있을까.

변변한 자원이 없는 이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재벌이 아닌 이상 일반 소시민들이라면 배워서 출세하는 것밖에 달리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출발점.

부모에 이어 조부모의 재력에 따라 달라지는 출발점은 부의 대물림처럼 고착화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도 일반 학생들이 보면 다른 출발점이다.

요즘, 각 지역 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에 이어 교육부의 최종 결정을 앞둔 자사고는 폭풍전야다.

특히나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가 설립한 전북 상산고의 경우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발표하자 김승환 교육감 아들의 영국 유학 과정이 불거지면서 `내로남불`로 번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귀족학교`라 몰아붙이면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온 김 교육감의 아들은 영국의 입시전문 사립교육기관에 다니며, 케임브리지대 입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입시교육기관은 과정에 따라 한 학기 학비가 최대 9020파운드(약 1300만 원) 정도.

김 교육감의 아들은 이곳을 거쳐 2016년 케임브리지대에 합격했다.

상산고 학부모들은 김 교육감이 한 해 1000만 원이 넘는 입시기관을 통해 명문대에 보내면서 한 해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자사고를 `귀족학교`라고 공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모순이 비단 김 교육감뿐일까.

평가대상 자사고 13개교 중 8곳의 지정 취소를 발표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 아들도 외고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도 이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전수 조사한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 18개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12명(66%)이 자녀를 유학 또는 자사고, 외고,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

고교 평준화를 논하기에 앞서 녹을 먹는 정부 고위직들의 언행 불일치를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맘이 무겁다.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고 말한 어느 교육감.

그러나 소시민들이 보기에 똥 묻은 개나 겨 묻는 개나 모두 냄새 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무덤담한 표정으로 일갈했던 `너나 잘 하세요`가 제법 잘 어울린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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