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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자사고

2019-07-22기사 편집 2019-07-22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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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부모들만큼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남다른 곳이 또 있을까.

변변한 자원이 없는 이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재벌이 아닌 이상 일반 소시민들이라면 배워서 출세하는 것밖에 달리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출발점.

부모에 이어 조부모의 재력에 따라 달라지는 출발점은 부의 대물림처럼 고착화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도 일반 학생들이 보면 다른 출발점이다.

요즘, 각 지역 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에 이어 교육부의 최종 결정을 앞둔 자사고는 폭풍전야다.

특히나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가 설립한 전북 상산고의 경우 전북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발표하자 김승환 교육감 아들의 영국 유학 과정이 불거지면서 '내로남불'로 번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귀족학교'라 몰아붙이면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온 김 교육감의 아들은 영국의 입시전문 사립교육기관에 다니며, 케임브리지대 입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입시교육기관은 과정에 따라 한 학기 학비가 최대 9020파운드(약 1300만 원) 정도.

김 교육감의 아들은 이곳을 거쳐 2016년 케임브리지대에 합격했다.

상산고 학부모들은 김 교육감이 한 해 1000만 원이 넘는 입시기관을 통해 명문대에 보내면서 한 해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자사고를 '귀족학교'라고 공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모순이 비단 김 교육감뿐일까.

평가대상 자사고 13개교 중 8곳의 지정 취소를 발표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 아들도 외고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도 이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전수 조사한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 18개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12명(66%)이 자녀를 유학 또는 자사고, 외고,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

고교 평준화를 논하기에 앞서 녹을 먹는 정부 고위직들의 언행 불일치를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맘이 무겁다.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고 말한 어느 교육감.

그러나 소시민들이 보기에 똥 묻은 개나 겨 묻는 개나 모두 냄새 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무덤담한 표정으로 일갈했던 '너나 잘 하세요'가 제법 잘 어울린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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