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숙제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 아들을 보고 있자니 `혹시 도와 줄 것이 없느냐`고 묻자 책을 읽어 달란다.

그러면서 쌓아두었던 위인전을 많이도 골라와 내밀었다.

꺼낸 말도 있고 해서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읽으면서 다 이해시킬 수는 없었지만 선인들의 훌륭한 생각과 행동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었다.

다들 우리의 표본이지만 그 중에서도 요즘, 개각 정국에 앞서 유독 여운이 가시지 않는 위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퇴계 이황`

우리가 잘 아는 바가 같이 `율곡 이이`와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대학자다.

아들에게 책에 나온 것처럼 지폐에 실릴 만큼 우리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스승이라고 쉽게 표현을 했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설명할 수 없는 학문의 깊이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새삼 잊고 지내던 말이 있어서 한참을 생각했다.

아마도 `퇴계 이황` 선생의 삶과 가르침은 이 말이 아니었을까.

`지행일치(知行一致·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달라서는 안 된다.)`.

언뜻 보면 쉬울 수 있는 가르침이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도 싶다.

무엇보다 벼슬에 나서려는 벼슬아치에게 그 동안 자신들이 살아온 삶에 대한 언행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같아 무게의 묵직함마저 느껴졌다.

정권마다 개각과 함께 대통령이 지명한 각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와 그 주변에서 벌어진 무수히도 많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의혹들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후보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거나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지행일치`는 고스란히 불명예 사퇴밖에 없었다.

물론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벼슬 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할지라도 `지행일치`에 흠집이 난 경우는 태반이었다.

이번 개각도 마찬가지다.

내년 총선을 앞둔 터라 여야의 정국 주도권 쟁탈이 벌어지면서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절차는 혹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정부로 봐도 자칫 검증 실패 사례가 있을 경우 도덕성 명운이 걸린 문제다.

문득, `이황` 선생의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황` 선생의 눈높이를 맞춘 `언행일치`를 실천한 후보자가 얼마나 될까.

`벼슬에서 물러나 사는 계곡`이란 뜻의 `퇴계`란 말이 그리 크게 다가올 수가 없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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