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최근 인건비 문제와 맞물려 교통시설,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등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무인주문 키오스크는 노인 등 정보 취약계층의 차별을 야기한다고 지적된다.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고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스러운 경험. 사람이 주문을 받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기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의 화두이듯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소비자집단이 상생·공존하기 위한 적정 기술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기술 개발의 목적이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라면 기술로 인해 소비자 집단 전체의 후생이 증진되는 것은 필수적인 요건일 것이다. 따라서 기술의 진보가 곧 장밋빛 미래를 보장한다고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보 격차와 소외, 주체권과 통제권의 상실,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한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기술 발전이 시장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고찰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최첨단의 혁신적 기술이 아니라 한발 낮은 소비자들이 이에 적응할 때까지 배려하는 따뜻한 기술이다.
이진명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