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산지역에서 활동하는 10명 남짓한 시인들이 모여 만든 시집 `아라메 詩` 창간호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이들은 각자 저마다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틈틈이 시를 익혀 정식적으로 문단에 등단, 창작의 굴레를 짊어진 어엿한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 합동으로 첫 시집을 낸 것.

이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여느 시에서 볼 수 없는 낯익은 지명이나 공간, 사물, 생물 등이 종종 시어로 등장, 그래서 더 정겹다.

"늦가을 나그네 능쟁이가 갯벌에 길을 내고 있다. 숨은 파도를 따라 물결을 타며 무너진 길을 잇고 또 이어간다. (중략) 윤슬의 바다 햇살 조는 백사장에서 생각을 잃은 날은 능쟁이 따라 길을 걷는다"

`아라메 詩`에 실린 박도신의 `능쟁이`란 시다.

시를 따라 가다 보니 어느 덧 `능쟁이`와 `갯벌`이 눈에 밟힌다.

"바람이 잎사귀에 정갈하게 흔들린다. 달과 별을 만나는 이 소리는 날이 갈수록 그리움으로… (중략) 캄캄한 밤하늘의 허공에 떠있는 연인이 손에 잡힐 듯하다"

마치 시구 같은 이 글은 `글쓰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가을이 오면`이라 입력을 하자 나온 문장이다.

성균관대가 21-22일 이틀간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국내 첫 AI 백일장 행사인 `AI X Bookathon(부커톤)` 대회를 열었는데, 거기서 나온 AI 작품이다.

이 대회에 사용된 AI는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단체인 `Open AI`가 개발한 AI 모델인 `GPT-2`로, 인간이 제공하는 글 데이터를 통해서 스스로 글을 쓰는 방법을 익혀 썼다.

다만, 글의 내용이나 문체는 사람이 AI를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고 한다.

"나는 스님이 되어 배우고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진리라는 것은 어디에나 다 있다. 진리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비워 버려야 보일 것 같다"

AI가 써낸 `스님`이다.

참가자들은 AI가 높은 완성도의 글을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AI가 인간의 또 하나 영역을 침공한 느낌이다.

만약, AI가 시를 쓴다면…

`능쟁이`와 `갯벌`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수성마저 베끼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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