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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시 쓰는 AI

2019-11-26기사 편집 2019-11-26 08: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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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산지역에서 활동하는 10명 남짓한 시인들이 모여 만든 시집 '아라메 詩' 창간호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이들은 각자 저마다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틈틈이 시를 익혀 정식적으로 문단에 등단, 창작의 굴레를 짊어진 어엿한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 합동으로 첫 시집을 낸 것.

이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여느 시에서 볼 수 없는 낯익은 지명이나 공간, 사물, 생물 등이 종종 시어로 등장, 그래서 더 정겹다.

"늦가을 나그네 능쟁이가 갯벌에 길을 내고 있다. 숨은 파도를 따라 물결을 타며 무너진 길을 잇고 또 이어간다. (중략) 윤슬의 바다 햇살 조는 백사장에서 생각을 잃은 날은 능쟁이 따라 길을 걷는다"

'아라메 詩'에 실린 박도신의 '능쟁이'란 시다.

시를 따라 가다 보니 어느 덧 '능쟁이'와 '갯벌'이 눈에 밟힌다.

"바람이 잎사귀에 정갈하게 흔들린다. 달과 별을 만나는 이 소리는 날이 갈수록 그리움으로… (중략) 캄캄한 밤하늘의 허공에 떠있는 연인이 손에 잡힐 듯하다"

마치 시구 같은 이 글은 '글쓰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가을이 오면'이라 입력을 하자 나온 문장이다.

성균관대가 21-22일 이틀간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국내 첫 AI 백일장 행사인 'AI X Bookathon(부커톤)' 대회를 열었는데, 거기서 나온 AI 작품이다.

이 대회에 사용된 AI는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단체인 'Open AI'가 개발한 AI 모델인 'GPT-2'로, 인간이 제공하는 글 데이터를 통해서 스스로 글을 쓰는 방법을 익혀 썼다.

다만, 글의 내용이나 문체는 사람이 AI를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차이가 컸다고 한다.

"나는 스님이 되어 배우고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진리라는 것은 어디에나 다 있다. 진리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비워 버려야 보일 것 같다"

AI가 써낸 '스님'이다.

참가자들은 AI가 높은 완성도의 글을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AI가 인간의 또 하나 영역을 침공한 느낌이다.

만약, AI가 시를 쓴다면…

'능쟁이'와 '갯벌'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수성마저 베끼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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